“특권·일반 중산층의 경쟁은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
특권 중산층/구해근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만든 변화 분석
강남 스타일의 3가지 계급 구별 짓기 눈길
〈특권 중산층〉은 심화하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분석한 책이다. 부제가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이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인구 70%에 달하는 이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2010년대로 넘어와서 그 규모는 20~40%로 크게 감소한다. 문제는 그 20~40% 중산층도 소수의 부유한 상류 중산층과 다수의 일반 중산층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이 분기점이었다. 경제성장의 과육이 그 이전에는 각 계층에 골고루 분배됐으나 그 이후부터 소득 상위층에 집중적으로 분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1999년 32.8%에서 2016년 49.2%로 증가했다. 2010년대 말에는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상위 10%에 속하는 이들은 고위 전문직, 대기업 관리직, 금융업자, 특수 기술자, 고위 공무원 등이며, 직업과 관계없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과거에 많이 사용되던 ‘졸부’라는 딱지를 떼고 명실공히 최고 교육 수준과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서 전문직이나 경영직에 종사하는 특권 중산층이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특권 중산층이 어떤 사회 문화적 변화를 만들었는지 하는 점이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지금 같이 지역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 적은 없다고 한다. 이른바 ‘강남 스타일’의 탄생이 그것이다. 강남 스타일은 소비를 통한 신분 경쟁, 주거지의 계층적 분리, 심화하는 교육 경쟁, 이라는 3가지를 통해 ‘계급 구별짓기’를 한다고 한다. 고급 외제차를 선호하고, 쇼핑도 고급 백화점이나 특수 상점에서 주로 하면서 명품 브랜드를 치장해 신분을 과시한다. ‘주거지의 계층적 분리’, 즉 ‘강남의 등장’이 가장 중요한 현상이다. “한국의 강남처럼 부유 중산층이 대규모로 한 지역에 밀집해서 사는 모습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여기에 과소비, 부동산, 사교육, 특권이 밀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권 중산층은 그들의 우월적 생활을 과시하고, 일반 중산층은 더 이상 낙오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것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계급 경쟁 또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고도한 자본주의의 한국 사회에서 상대방을 타도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소수집단은 더 많은 특권적 기회를 확보해서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려고 하는 반면 다수집단은 그런 기회에서 배제되어 불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행동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 극도로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보다 해결이 가능할 것 같은 ‘공정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계급 구별짓기와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구해근 지음/창비/276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