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움으로 월드컵 보는 북한, 태극기·한국 기업 광고는 ‘모자이크’
국내 지상파 3사서 중계권 양도
매일 1시간가량 녹화 중계 방송
북한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바로 한국의 도움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FIFA가 국내 지상파 3사(KBS·MBC·SBS)로부터 한반도 중계권을 양도받아 북한에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24일 “FIFA의 요청에 따라 지상파 3사가 합의해 북한 내 중계권에 대한 권리를 양도했다”며 “그동안 FIFA가 요청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중계권을 양도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TV 중계권료가 책정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경우 통상 북한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측에 중계 지원 요청을 하면 한반도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가 합의해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지상파 3사가 북한에 대한 중계권을 FIFA에 양도하는 방식이지만, 북한 주민이 우리 방송사 도움으로 월드컵을 즐긴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단, 북한은 월드컵을 실시간 중계가 아닌 경기가 끝난 뒤 녹화본을 편집해 방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저녁 뉴스에서 개막 소식과 함께 2~3분가량의 개막전 하이라이트를 방송했다. 이후 22일부터는 매일 녹화 중계본을 한 경기당 1시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해 송출하고 있다. 대부분 경기가 편성되지만 정치적인 관계가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기는 중계되지 않았다.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열리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도 편성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경기장 내 광고판에 노출되는 한국 기업의 광고는 회색으로 보정해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나라 국기 중 태극기만 회색으로 처리했다. 월드컵 개막식 때도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공연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이번 월드컵 예선 출전을 중도 포기했다. 북한은 2019년 9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 참여해 10월 15일 평양에서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남은 경기를 포기한다고 알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