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무기한 파업, 물류 마비 땐 경제 멈춘다
안전운임제 이견, 사상 첫 연중 재파업
경제 위기 상황, 서둘러 합의점 찾아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부산신항 등 전국 16곳에서 동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국가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 6월 7일간의 집단 운송 거부 이후 5개월 만이다. 사상 초유의 연중 두 번째 총파업인데, 쟁점은 2020년부터 3년간 한시로 운영됐던 안전운임제의 영구 시행과 적용 대상 확대 문제다. 5개월 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던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 합의에 대한 이견이 결국 재파업의 불씨가 됐다. 그래서인지 화물연대와 정부 양측 모두 6월보다 더 강경한 기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우리나라 물류의 심장인 부산항은 파업 첫날인 24일 큰 탈 없이 컨테이너 반·출입이 이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항만당국이 미리 부두 혼잡도를 낮추는 조처를 했고, 임시 장치장도 확보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항만 기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어떻게든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5개월 전 합의한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토교통부는 당시 합의는 영구 추진이 아닌 ‘한시적 시행’으로, 이미 3년 연장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핵심 쟁점 해석이 완전히 반대다.
아쉬운 것은 6월 합의 이후 5개월의 시간을 그대로 허비한 점이다. 이미 당시에 합의안의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해 분쟁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진전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등은 국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미뤘고, 국회는 여야 대립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6월 파업으로 정부 추산 1조 6000억 원의 물류 피해를 겪고서도 이를 교훈으로 삼지 못한 게 개탄스럽다. 특히 이번 파업은 물동량이 몰리는 연말 시즌이라 훨씬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일주일 넘게 파업이 지속되면 수조 원대의 피해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서민경제는 얼어붙었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데 국내 물류까지 마비된다면 우리 경제는 멈출 수도 있다. 국민 누구라도 원치 않는 일이다. 화물연대의 파업권은 분명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이를 직시하고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무조건 서로 강경 대응으로만 치닫는다면 양측 모두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국가 경제가 멈추면 우리 삶도 멈출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