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거에게 당한 분데스리가의 나라
동점골 도안·역전골 아사노 등
일본 대표팀 8명, 독일서 뛰어
독일 프로축구 소속 선수들로 무장한 일본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비수를 꽂았다.
일본 대표팀은 23일 카타르 알 라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독일에 2-1로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독일의 골망을 흔든 선수들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소속이다. 동점골을 넣은 도안 리쓰는 SC프라이부르크, 역전골을 넣은 아사노 다쿠마는 VfL보훔에서 뛰고 있다. 일본 대표팀에는 이들 외에도 가마다 다이치(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이타쿠라 코(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엔도 와타루(VfB슈투트가르트) 등 독일에서 뛰는 선수가 8명이나 된다.
이날 일본은 볼 점유율에서 24%-65%(경합 11%)로 밀리는 등 열세였지만, 후반전에 공세를 당겨 만든 기회들을 득점으로 마무리해 독일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독일의 축구 스타일을 잘 아는 선수가 많아 정보전에서 앞선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같은 강한 리그가 일본 선수들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선수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으로 가서 세계적인 리그에서 성장했고, 이번 경기에서 그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은 우리가 독일을 이겼지만, 일본은 계속 독일, 그리고 세계에서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후반에 교체로 투입돼 승리에 기여한 윙어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도 팀 내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많은 것과 관련해 “독일이 어떻게 경기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걸 토대로 경기를 준비했고,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분데스리가는 자국에 충격패를 안긴 일본 선수들에게 오히려 축하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경기 후 분데스리가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골을 넣고 기뻐하는 도안과 아사노의 사진을 올리면서 영어와 일어로 “아리가토 고자이마쓰(고맙습니다)”라고 적고 일본 국기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두 선수의 소속팀 보훔과 프라이부르크도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들의 득점 소식을 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