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새 2.75%P 껑충… 가계 이자 부담 36조 늘어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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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이자 부담 180만 원 증가
대출금리 상단 9% 근접 가능성도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가파르게 끌어올린 기준금리에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36조 원 급증했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도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날 한은의 베이비스텝으로 3.25%가 됐다. 1년 3개월 동안 2.75%포인트(P)나 인상된 것이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 3000억 원 증가하게 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지난 15개월 간 늘어난 이자 부담은 총 36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연간 16만 4000원 증가한다. 기준금리 상승분(2.75%P)을 감안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15개월 만에 180만 4000원 늘었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올해 9월 잔액 기준으로 78.5%다. 대출을 낸 가정 10집 가운데 8집이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르면 이달 중에 연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이날 기준 연 5.280∼7.805% 수준으로 8% 진입을 목전에 뒀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 상단 역시 연 8%에 근접한 상태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를 3.50~3.7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경우 대출금리는 ‘연 9% 시대’를 열게 된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이 3.50~3.75%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는 물론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만 인상돼도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 원 늘어난다.

때문에 최근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 금리까지 오르며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한계기업이 늘어나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9월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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