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과 축제의 참 의미, 그림으로 전하고 싶어요”
전준자 회고전 30일까지 미광화랑
맨해튼 사람들 물결에서 영감 얻어
“대상 단순화, 강한 터치 매력 느껴”
“스포츠 선수와 작가 무아지경 같아”
1963년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걸어온 길을 작품으로 본다.
전준자 회고전 ‘축제’는 작가의 부산대 정년퇴임 기념전 이후 1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 작가는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부산여대(현 신라대)와 부산대 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60년에 걸친 전 작가의 작업을 시기별로 엄선한 작품 20여 점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62학번인 작가가 대학 2학년 시절 그린 ‘꽃’(1963)으로 시작한다. 전 작가는 “당시 앵포르멜을 이야기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내 취향과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적 묘사보다는 대상을 단순화하거나 터치를 강하게 하는 표현법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1964년 작 ‘좌상B’는 어두운색 물감으로 나이프를 이용해 누드 모델의 모습을 덩어리로 강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제13회 국전에 입선했다.
전 작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그린 ‘축제’ 시리즈로 유명하다. 작가는 1978년 미국 맨해튼에서 본 사람들의 물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축제같이 아름답고 역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존타클럽 세계대회에 앞서 인디언 춤 공연을 봤는데 자신의 땅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귀국 후 인디언 축제를 먼저 그리고, 이후 축제 이미지로 전환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 속 사람들의 이미지가 초기 직선에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2008년에 그린 ‘음악축제’와 새와 사람의 교감을 담은 ‘축제’. 같은 해에 나온 작품이지만 인물 표현에서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2022년 작 ‘축제’는 작가가 축구 같은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 완성까지 어떻게 시간이 간 줄 모르는 무아지경을 경험했습니다. 높이뛰기 선수가 바를 넘는 찰나의 무아지경과 작가의 무아지경이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축제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서로 화해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축제의 참 의미와 정신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