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내 거래정보저장소(TR)의 남은 과제에 대한 제언
동국대 윤선중 경영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물가, 금리, 환율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신용이 경색되는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현 상황을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Loan)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빗대어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통해 각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 및 인프라를 마련하였고, 우리도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금융인프라를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유형의 경제(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지만, 위기는 항상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회상해 보면, 전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금융거래의 불투명성을 주목하였다. 특히, 거래특성상 거래당사자 간 일대일 계약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다른 금융시장과의 높은 연계성(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갖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포괄적 정보부족이 정책당국의 대응능력을 심각하게 제약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에 각국에서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고, 2009년 G20 정상회의를 통해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모든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거래정보저장소(Trade Repository, TR)에 보고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거래정보저장소(TR)는 금융기관이 체결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정보를 수집·관리하며, 감독당국에 금융시장의 시스테믹 리스크 모니터링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일반 대중에게 통계정보를 공시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는 새로운 금융시장 인프라(FMI :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를 말한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2009년 G20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2015년 8월 한국거래소를 거래정보저장소로 선정하였다. 한국거래소 TR은 금융기관으로부터 2021년 4월 1일부터 이자율⋅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TR 보고를 받기 시작하였고, 2022년 1월 1일부터는 주식⋅신용⋅일반 상품군에 대한 TR 보고도 받기 시작하여, 현재 모든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세부 거래정보를 수집, 보관 및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 9월말 기준 한국거래소 TR에 보고기관으로 등록을 마친 금융기관은 총 291개사로,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 기준 1경 8000조 원 규모 (보고건수 기준 약 79만건)의 거래정보를 보고하였다.
한국거래소 TR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거래정보에 오류가 있는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게 오류내역을 통보하고, 통보를 받은 금융기관이 오보고 된 내용을 확인 후 수정보고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 TR로 보고되는 정보의 정확성은 해외 TR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으로, 한국거래소 TR은 2014년 의무보고를 개시한 EU의 2021년도 연결률(60%)을 훨씬 상회하는 99% 이상 수준에 달하는 높은 연결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TR의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TR에 남은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TR의 법적기반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국회통과가 필요하다. 정부는 2020년 7월 6일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TR의 법적기반이 강화되어 국제수준에 맞는 거버넌스 체계가 완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국제기구(CPMI-IOSCO)가 발표한 「TR 보고항목 글로벌 기술지침」에 따라 UPI(고유상품식별기호), UTI(고유거래식별기호) 등의 사용 의무화와 관련하여 유럽, 미국 등 주요국이 향후 2~3년 내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TR의 경우 기본 체계는 갖추어져 있으나, 거래정보 관리의 국제 정합성 제고 등을 위해 글로벌 동향을 조사⋅분석하여 추가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감독당국⋅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국제 표준화 기준 도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종합적인 시장 리스크 파악 및 관리를 위해 TR 의무보고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TR 의무보고 대상은 장외파생계약 그 자체에 한정되어 있어 시장 간 위험 전이경로 파악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장기적으로는 장외파생상품과 연계되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연관 금융계약에 대한 정보를 함께 보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이 밖에도 유가증권, 파생결합증권, 장내파생상품 등과 같이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연계상품까지 TR 의무보고 대상을 확대하여 시장 리스크를 다각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금융기관 등과의 상호협력 기반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다.
앞으로도 TR이 금융시장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감독당국과 함께 금융시장의 시스테믹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시장참가자, TR, 감독당국 등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건전한 시장질서와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