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확장 ‘엇박자 행정’에 김해 시민 불안 가중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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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천문대 등산로 차량 통행 아찔
시, 진입금지 불구 도로 넓혀 빈축
부지 소유자 전 공무원 특혜 논란도

김해시가 지난 2월 도로 확장을 이유로 사충단에서 천문대 구간 등산로의 암석들을 깨 부쉈다. 이 등산로는 좁고 경사가 심해 차량 진입 시 운전자와 등산객의 안전이 우려된다. 이경민 기자 김해시가 지난 2월 도로 확장을 이유로 사충단에서 천문대 구간 등산로의 암석들을 깨 부쉈다. 이 등산로는 좁고 경사가 심해 차량 진입 시 운전자와 등산객의 안전이 우려된다. 이경민 기자

김해천문대로 향하는 등산로가 좁고 가파른데다 차량까지 오가면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시는 최근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길을 넓혔는데, 진입로에는 차량 금지 표지판이 서 있어 행정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근 부지 소유자를 위한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곳은 동상동 10-3번지 일대, 사충단에서 천문대로 가는 등산로 일부 구간이다.

‘김해천문대 등산길’ 진입로에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경민 기자 ‘김해천문대 등산길’ 진입로에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경민 기자

지난 25일 오전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땐 등산로 초입에 ‘차량 진입 금지’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판과 ‘김해천문대 등산길’ 안내판이 서 있었다. 이어 좁고 가파른 오솔길이 나타났다.

5분쯤 올랐을까.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 경차가 내려오는 모습이 아찔했다. 조심스레 운행하던 차는 아래에서 소형차가 올라오자 잠시 멈추고 섰다. 경차 운전자가 익숙한 듯 풀숲에 차를 몰아넣고 기다리자 소형차가 겨우 움직였다. 비켜선 등산객들도 위험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등산로에는 10~30cm 정도 도로를 확장한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산 쪽 암석들은 표면이 거친 것이 누군가 억지로 깨부순 듯했다. 주변에는 그 잔해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산 아래 거주하는 주민 A 씨는 “등산을 자주 하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암석을 파쇄하고 길을 무단으로 확장하는 것이 보였다”면서 “자연을 훼손한 것에 화가 나 시청 신문고에 고발했는데, 얼마 후 ‘김해시가 시행한 사업’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에 확인해보니 A 씨의 설명대로 이 공사는 시가 지난 2021년 2월~2022년 2월 도로 수선이라는 명목으로 1300여 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공사로 파악됐다.

A 씨는 “길이 좁아 경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인데다, 경사도 워낙 심해 위험하다. 등산로 옆 계곡에 차가 뒤집혀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며 “차를 못 다니게 해야지 왜 굳이 시 예산을 들여 자연을 훼손하고 도로를 넓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시 건설과 관계자는 “여기가 차도인지, 등산로인지는 담당이 아니라 모른다”며 “시야 확보를 위해 암석을 깨 달라는 민원이 있어 전임자가 현장점검 후 공사를 했다. 30m 구간 일부 암석을 파쇄하고 도로를 조금 넓혔다. 등산객과 운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고 해명했다.

차량 진입은 금지하면서 도로를 확장한 이유를 시 관련 부서들에 문의했지만, 담당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엇박자 행정과 관리 부재에 등산로 이용객들의 안전만 위협받게 된 셈이다.

등산로 군데군데 10~20cm 정도 도로를 확장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경민 기자 등산로 군데군데 10~20cm 정도 도로를 확장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경민 기자

산림과 관계자는 “이곳은 차량과 사람이 모두 오갈 수 있는 임도”라면서도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은 누가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문화재과 소관”이라고 말했다. 문화재과 직원 역시 “표지판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건 알지만 누가 세워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도로 확장이 일부 인근 부지 소유자를 위한 특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해시 고위 공무원 출신인 토지소유주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번 2곳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건축 관련 부서를 거쳐 간 전직 공무원 3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최근 해당 지번에서 불법 농막을 설치한 사례를 적발했다. 시정조치 하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토지소유주를 만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공무원 출신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퇴직한 사람까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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