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연계 예산안 처리, 여야 ‘속도전’ 외치지만 각론서 충돌
민주, 단독 발의 수정안 강행 압박
막판 ‘깜깜이 심사’ 논란 발생 우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모두 상대 진영을 향해 ‘속도전’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예산안 처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개시 시점과 연계돼 시한 준수에 대한 부담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를 위한 세부 협상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고 여야는 예산 정국이 파행될 때를 대비해 상대를 비난할 ‘명분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가 처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에 따르면 국정조사 기간은 11월 24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45일이지만 예산안 처리 전까지는 자료조사 등 ‘예비조사’만 할 수 있다. 국정조사의 핵심이 되는 현장 검증이나 청문회 등은 예산안 처리 이후에나 가능하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실질적인 국정조사도 늦어지게 돼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정조사 기간의 예산안 연계는 예산 정국에서 다수 야당에 맞서는 카드로 여당이 관철시켰다. 야당이 국정조사를 위해서라도 예산안의 빠른 처리에 협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예산안 처리 시점이 다가오자 국민의힘은 야당에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비대위 회의에서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로 민생정치”라며 민주당을 향해 “국회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 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시한 내에 예산을 처리하기에도 아직 의견 차이가 너무 크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또 다른 정쟁거리를 만들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야당은 오히려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와도 정부 여당은 전혀 급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식이 죽든 말든 재산에만 관심 있는 가짜 엄마 같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필요하다면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우리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예산안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단독 발의한 수정 예산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타협된 국정조사 시기 조정이 여야 모두에게 ‘벼랑끝 전술’을 펴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극적인 합의로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준수하더라도 ‘부실 심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정 기한이 실질적인 ‘데드라인’으로 작용할 경우 ‘예산안 조정 소소위’ 등을 통한 막판 ‘깜깜이 심사’에 더 많은 안건이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