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호르몬과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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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서양에서는 그보다 앞선 기원전 5세기 유명한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젊음의 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 샘물을 마시거나 몸을 담그면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전설 속의 샘이다. 기원전 3세기 젊음의 샘을 직접 찾으러 나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야기부터 어디 어디에 이 샘이 있었다는 이야기, 그것을 표현한 여러 가지 신화들과 그림들이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가장 최근인 16세기에도 스페인 국왕의 명으로 폰세 데 레온이라는 사람이 그 샘을 찾으러 항해를 나섰는데, 레온이 상륙했다는 곳이 미국 플로리다주의 어떤 곳이라고 하여 증거는 없어도 젊음의 샘 고고학 공원이 생겼고, 1875년에는 그 샘물을 팔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캐리비안의 해적’ 4번째 편이 젊음의 샘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몸에도 ‘샘’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장기들이 있다. 영어로 ‘gland’라고 하는 것을 우리말로 ‘샘’으로 풀이하는데, 인체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특별한 물질을 분비하는 세포의 집단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침샘, 땀샘 등은 외분비샘으로 좀 단순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갑상샘, 부갑상샘, 송과샘 등은 내분비샘으로 훨씬 더 복잡한 기능과 조절 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질병이 다양하여 따로 내분비내과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는 샘으로 작용을 하지만 이름은 샘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성장호르몬 등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코르티솔 등을 분비하는 부신,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을 분비하는 지방세포 등 우리 몸에는 많은 내분비기관이 있다. 또한 한 호르몬이 여러 샘에서 나오기도 하고 한 샘에서 여러 호르몬이 나오기도 한다.

호르몬들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 작용하며 생명 현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섬세하고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 전달 기능을 수행한다. 키 성장, 사춘기와 이차성징의 발현, 생식 등 잘 알려진 현상들 외에도 모발과 피부의 건강을 유지하고,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대사 과정의 조절에도 관여한다. 호르몬들이 비정상적으로 적게 분비되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분비되는 것도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수많은 호르몬 중에서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DHEA(디히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저하게 감소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기능 감소나 부족과 관련된 당뇨병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 다양한 여러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 인자로 생각되는 골다공증도 대표적인 노인 질환이다. 인체의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호르몬들의 변화는 오랜 시간 의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고, 현재에도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 과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소가 되는 이러한 호르몬들을 보충해 주는 것이 ‘젊음의 샘’ 물을 마시는 것일까? 앞으로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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