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 마비 직면, 화물연대 협상 파국은 안 된다
첫 노·정 교섭 결렬돼 강경 대치 우려
파업 해결 위한 지속적 대화가 급선무
24일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과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와 정부가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 가고 있다. 파업 닷새째인 28일 오후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파업 후 처음으로 교섭에 나섰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부산항을 포함한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7.6%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등 운송 거부로 인한 물류 피해가 커져 산업계 전반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가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해 화물연대의 반발을 사고 있어 노·정 간 극심한 대치 국면이 우려된다.
화물연대와 정부 간 첫 교섭에서는 여전한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해 2020년부터 3년간 한시로 시행 중인 안전운임제 상설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촉구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해 타협 전망이 밝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파업에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사 법치주의 원칙을 확실히 정립하겠다는 것인데, 화물연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은 정부가 기업과 화주 이익만 보장하는 것이라며 완고한 태도를 보여 파업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다.
첫 교섭이 진전 없이 1시간 반 만에 결렬됐지만, 그간 꽉 막힌 노·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는 있다. 화물연대와 정부가 지금까지의 초강수를 자제하고, 보다 전향된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타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 갈 필요성이 절실하다. 사태 해결의 돌파구는 양측의 대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총파업으로 국가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현재 부산항만 해도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 대비 25%로 크게 떨어져 물류 마비 위기에 놓였다. 이미 파업 여파로 전 산업계에 물류 차질이 빚어져 국토부가 28일 육상화물운송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했을 정도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짙은 가운데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적자 상태인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게 뻔하다. 지난 6월 1차 파업의 피해 규모만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이뤄질 경우 경찰력 투입과 형사처벌로 이어져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이 같은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 화물연대와 정부 모두 강경 대응 입장을 접고 상대방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30일 추가 교섭을 갖기로 한 건 참으로 다행스럽다. 합의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하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