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종부세 세제 고친다더니”… 아파트 단톡방 불났다
부산 종부세 대상 6만 명 넘어
공시가 상승·재개발 이슈 영향
'영끌 갭투자' 다주택자 직격탄
부동산세 조정 사회적 합의 필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이제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도 낼 수 있는 세금이 됐다.”
이는 기획재정부에서 종부세 관련 자료를 발표하며 했던 설명이다. 이 설명대로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부산시민의 수도 늘었다. 부산에서는 2021년에는 4만 5498명이 2109억 원의 종부세를 냈는데, 올해는 6만 3044명이 2467억 원을 낸다. 2017년과 비교하면 각각 318%와 1423% 증가했다.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고가주택이 많지 않아 1세대 1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적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많은 금액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고지서 도착…단톡방에 난리가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A(52) 씨는 지난 27일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A 씨는 40평대 아파트에 거주 중인데 2020년 1월 5억 5000만 원 수준이던 공시가가 2021년 11억 2000만 원, 2022년 14억 4000만 원 수준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전체적인 집값 상승과 재개발 이슈의 영향이었다.
A 씨는 17년간 이 아파트에 거주해 보유기간별 공제를 적용 받아 64만 원을 부과 받았다. A 씨는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금은 불합리한 것 같다”며 “정말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종부세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장기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 씨가 출근하며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을 열어보니 종부세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특히 재개발 이슈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한 채를 더 구매한 이들의 목소리가 컸다. 종부세가 500만~600만 원은 기본이고 1000만 원을 넘어간다며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이들은 “내가 왜 이렇게 종부세가 많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고 관련 규정을 카톡으로 올리기도 했다.
■집값 하락, 금리 인상에 3중고
소위 ‘영끌 갭투자’를 통해 다주택을 보유한 이들에게 종부세는 큰 부담이다. 갭투자로 두 채를 갖고 있는 B(45) 씨는 “요즘 금리 인상으로 힘든 상황에 종부세로 440만 원을 내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종부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야 할 판인데 ‘영끌족’이라 추가 대출이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B 씨는 “지난해에는 집값이 상승해 종부세가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 더 걱정”이라며 “주택을 팔려고 했지만 시장이 좋지 않아 팔리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매매를 통해 차익이 발생하지 않고 단순히 가치만 올랐다는 이유로 종부세를 매겼는데 하락을 할 경우에는 이를 보상해주나’는 등의 불만 의견도 많았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갭투자를 하는 C(48)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았냐”며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공약을 믿고 투자한 사람이 많은데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종부세 가격 고정이 정답?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누진세적인 요소가 없어서 종부세가 도입이 된 것”이라며 “부자도 아닌데 미실현 이익에 대해 부과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도 있지만 현재 재산세 과표가 낮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산세 과표를 완전히 현실화하는 방법, 이를 보완하는 종부세를 다듬는 방법이 있다. 서 교수는 “재산세 과표든, 종부세든 어느 정도 수준으로 과세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너무 많은 사람이 종부세를 내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종부세를 가격으로 고정할 경우 상승장에서는 너무 많은 인원이, 하락장에는 대상자가 너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공시지가의 경우에는 지금처럼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현실 반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서 교수는 “종부세 기준 가격을 고정할 것이 아니라 상위 몇 %를 부과 대상으로 한다면 종부세 정책의 불합리한 부분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