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연장 공청회 갈등… 부산시·기초단체 여전히 ‘뒷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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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 무산 후 기장군서 열려
환경단체 반발, 한수원과 마찰
의견 제출 요구에 부산시 ‘미적’
수명 연장 동의 의혹도 불거져

고리2호기 계속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기장군 주민공청회가 3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정대현 기자 jhyun@ 고리2호기 계속운전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기장군 주민공청회가 3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 4월 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부산일보 11월 24일 자 10면 보도 등)을 위해 추진 중인 공청회가 지역 주민, 환경단체의 반발로 2차례 무산된 후 4번째 순서로 부산 기장군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주민과 공청회를 진행하려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마찰을 빚는 등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지만, 정작 주민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지자체는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한수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30일 오후 2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공청회는 총 5차례로 계획된 공청회 중 4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앞서 한수원은 울산 울주군(23일)과 부산 동구, 동래구, 연제구, 북구, 부산진구(25일)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두고 여전히 지역주민, 환경단체의 반발은 여전하다. 하지만 정작 부산시와 기장군 등은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거나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부산시 원자력안전 조례는 원자력안전정책 기본원칙으로 ‘부산시가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이후 연장을 금지하고 조기 폐쇄를 건의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시장은 원자력안전 정책 추진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밖에도 원자력안전 시민검증단도 구성할 수 있는 등 법적 근거가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는 지난달 부산시에 고리 2호기 수명연장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전달했지만 시는 현재까지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뒷짐 논란’이 불거지자 시는 지난 9일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삼자 협의체 구성을 건의했지만 의견수렴을 위한 별다른 대안은 없는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9일 한수원과 산자부에 공문을 보낸 이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수원과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삼자 협의체 운영 등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고리 2호기 수명연장(계속추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가 3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청회 장소 입장을 두고 일부 시민과 한수원 측 관계자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탁경륜 기자 고리 2호기 수명연장(계속추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가 3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멀티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청회 장소 입장을 두고 일부 시민과 한수원 측 관계자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탁경륜 기자

앞서 기장군 주민 일부는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와 한수원 측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공청회 일시, 장소 등에 대해 사업자와 지자체가 협의해야 하게 돼 있지만 기장군청은 한수원과 공청회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주민이 제출한 의견서에 전문가 토론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를 전달했으나 한수원에서 토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현재 주민들이 요구하는 전문가 추천 등에 대한 부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민단체는 지자체가 정부의 ‘찍어 내리기’식 수명연장안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기초지자체가 한수원에 협의를 요구하고 한수원이 이를 반영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장군청은 아무런 비판 없이 공청회 방식을 수용했다”면서 “이는 수명연장을 강행하겠다는 한수원 의견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더30km포럼’ 김해창 공동대표는 “정부는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이어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까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40년 이상 핵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아온 부울경 시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원전 폭주에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가담 중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장에서는 입장 절차를 두고 물리적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수원 측이 이날 공청회장 1층에 기장군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하고 3층에 마련된 방청석을 통해 영상으로 공청회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하자 해운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이 1층에서 공청회를 들을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입장하려 하자 이를 막아서려던 한수원 측 관계자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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