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전임 김경수 흔적 지우기 ‘오비이락’?
청년센터·특별연합 등에 ‘메스’
유사·중복·실효성 의문 내세워
“도정 권력 바뀌자 폐지”비판도
민선 8기 박완수 경남도정이 전임 김경수 도정에서 힘을 쏟은 청년사업 등에 칼을 대고 상징성이 짙은 부울경특별연합은 파기했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사업·정책 폐기의 당위성을 설명하지만, ‘김경수 지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사안이 전임 도정에 만들어져서다.
17개 청년단체가 모인 경남청년연대는 29일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완수 도정을 규탄했다. 경남청년센터가 폐지 수순을 밟는데 정작 청년의 목소리는 배제했다는 것이다. 실제 관련 공청회나 도내 청년들이 요구하는 사업 등에 대한 설문·여론조사는 없었다.
도내 청년들의 활동지원, 교육, 공간대여 등 업무를 맡아온 센터는 2019년 6월 김경수 도정 당시 경남연구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개설됐다. 올해 예산은 7억 8200만 원이다.
이 예산이 내년 본예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내년부터 문을 닫게 된다. 도에서는 3년여 데이터에 근거해 센터가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
센터 인건비·임대료 등 운영비가 61.8%인데 반해, 청년지원 등 사업비는 38.2%에 그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정비가 큰 것이 아니라 사업비가 적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상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은 “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폐지한다면, 더욱 많은 고정비가 투입되는 경남도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 오히려 사업비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례로 만든 센터를 폐지하려면, 그 근거도 명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는 청년센터 예산을 본예산에 포함시켜 청년 지원사업을 직접 주무른다는 방침이다. 청년 관련 총예산은 215억 원(26.5%)이 증액돼 1027억 원이며, 이 중 센터 예산 비중은 약 0.76% 수준이다.
총예산은 청년들의 요구에 따라 일자리·주거·교육·복지·문화 등에 투입하며, 일자리 분야에만 절반 이상 549억 원을 들인다. 이는 2020년 조사 자료를 근거로 짜인 계획이며, 여타 촘촘한 정책들은 내년에 용역을 맡겨 만들 예정이다.
청년센터 폐지로 0.76% 예산을 마련해 급히 추진해야 할 청년 사업이 있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청년센터를 포함해 이번에 폐지될 센터는 8곳이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김경수 도정 때 만들어진 기관들이다.
도 관계자는 “센터 효율·실효성 강화, 유사·중복기능 등을 검토해 폐지를 결정했다”면서 “정책 추진 방향은 센터 위탁 운영일 수도 있고, 직접 추진할 수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경남도는 김경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울경특별연합도 파기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올 9월 경남연구원의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 결과를 근거로 “부울경 특별연합이 아니라 바로 부울경 행정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도정 권력이 바뀌자 경남연구원의 논리도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불과 수개월 전 특별연합을 거쳐 행정통합을 완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연구원이 박 지사 취임 이후 논리를 뒤집으며 자승자박했다.
해당 보고서 원문도 한 달이나 늦게 일반에 공개하면서 ‘선발표 후작성’ 의혹을 샀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박완수 지사는 취임 3개월 만에 김경수 전 도지사 흔적지우기에 혈안”이라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소속 경남도의회 의장단도 “일방적 정책 발표에 유감”이라 꼬집었다.
한 도의원은 “폐지되는 센터들을 보면 ‘김경수’가 생각이 난다. 민주당 도정 때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잘 운영해 왔다”면서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경남도가 전임 지사 지우기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5년 홍준표 도정 당시 개설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번 폐지 목록에서 제외됐다.
지역 정가 밖에서도 비판의 시각이 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관이라면 인적 쇄신을 단행하든, 조직적인 변화를 주는 방법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마냥 전임 정권의 흔적 지우기식의 조치는 문제 있다”고 직언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