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물 갈등' 풀릴까…부산·경남 ‘물 협상’ 처음 머리 맞댔다
취수원 다변화 민관협의체
30일 오후 1차 회의 개최
물 문제를 둘러싸고 수십 년간 갈등을 빚어온 부산과 경남이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환경부 주관으로 진행되는 민관협의체가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끌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환경부는 30일 오후 ‘낙동강 하류 지역의 취수원 다변화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창녕·함안보 사업소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환경부, 수자원공사, 부산시·경남도·합천군·창녕군 등 지방차지 단체 관계자와 경남도·합천군·창녕군 지방의원, 주민 등이 참석했다. 민관협의체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해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기관들이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꾸려진 협의체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란 다른 지역 상수원에 비해 수질 오염도가 높은 낙동강 하류의 취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부산의 경우 94% 이상을 낙동강 하류 취수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경남 창원, 김해, 양산 등 경남 중동부 일대도 절반 이상 낙동강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을 발표하고, 낙동강 하류 취수원을 경남 합천과 창녕 일대로 다변화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구체적으로는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에 취수시설을 개발해 경남 중동부 지역에 하루당 48만 t을 공급하고, 부산에 42만 t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민관협의체는 경남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경남도는 상수원수를 공급하는 영향지역인 합천·창녕군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부에 협의체 구성을 건의했다. 환경부에서도 지자체장 면담, 지방의회 간담회, 주민대표 면담,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번 민관협의체를 통해 부산과 경남이 협의 테이블에 앉은 것만으로도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과 경남은 취수원 이전 문제를 두고 무수한 갈등을 빚어왔다. 1994년 합천댐, 2008년 남강댐을 취수원으로 하는 방안이 제안됐으나, 경남도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계획이 번번이 무산됐다.
이날 회의는 민관협의체 첫 회의인 만큼, 첨예한 안건을 놓고 서로의 입장을 펼치기보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더불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다음 달 시행될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협의체 구성원들이 각자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민관협의체는 △분기별 1회 이상 회의 개최 △안전한 물 다변화 계획의 대안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 및 방법 △주민 우려사항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해소방안 △실질적인 보상대책과 지원방안 △낙동강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추진상황 등을 논의해 갈 계획이다.
이근희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은 “우리 시는 기본적으로 경남 주민들에게 손해 없이 이득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며 설득해나가려 한다”면서 “앞으로 민관협의체를 통해 경남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듣고,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원만히 협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