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발 묶인 선박 운항 지연에 손실 눈덩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형 LNG 화물창 탑재 대형 운반선 2척
선적시험 진행 요구에 가스공사 묵묵부답

한국가스공사가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KC-1)’ 기술을 적용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용 국적선 SK세레니티호. 화물창 결함으로 운항 개시 5개월 만에 운항을 중단한 이후 5년째 항구에 발이 묶였다. 부산일보DB 한국가스공사가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KC-1)’ 기술을 적용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용 국적선 SK세레니티호. 화물창 결함으로 운항 개시 5개월 만에 운항을 중단한 이후 5년째 항구에 발이 묶였다. 부산일보DB

한국가스공사(KOGAS)의 ‘한국형 LNG 화물창(KC-1)’을 탑재한 대형 운반선 2척이 운항 개시 5개월 만에 멈춰 선 이후 5년째 항구에 묶여 방치되고 있다. 화물창에서 발생한 ‘보냉 기능’ 결함 탓인데, 최근 어렵게 잡은 재기 기회마저 가스공사 딴죽에 물거품 됐다. 운항 재개에 필요한 ‘선적 시험’을 가스공사가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30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LNG 운반용 국적선 SK세레니티(국적 26호선), SK스피카호(국적 27호선) LNG 선적시험(Full Loading Test)이 무기한 연기됐다. 두 선박은 가스공사가 개발한 KC-1 기술을 적용한 첫 선박이다. 17만 4000CBM 규모로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2018년 2월과 3월 선주인 SK해운에 인도됐지만 연이은 화물창 결함으로 그해 7월 운항을 중단했다.

SK세레니티호의 경우, 화물창 주변 선체 외판온도가 허용 기준보다 떨어지는 ‘콜드 스팟(Cold Spot)’이 발생했다. SK스피카호는 화물창 단열공간 내 이슬점(수증기가 물로 응결할 때의 온도)이 운항 매뉴얼 온도까지 내려가지 않는 문제가 확인됐다. 영하 162℃의 LNG를 싣고 운항할 때 선체 파손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설계상 문제가 제기되자 개발사인 가스공사와 기술사인 KC LNG Tech(가스공사 자회사), SK해운, 삼성중공업은 최근까지 4차에 걸쳐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한국·미국 선급과 선적 시험 조건과 절차를 조율한 끝에 강원도 삼척에 있는 가스공사 생산기지에서 LNG를 선적해 동해를 운항하며 수리 결과의 유효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근거로 선급 인증을 받으면 운행 재개를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함께했던 가스공사가 돌연 발목을 잡았다. 가스공사는 선적을 불과 1주일 앞둔 지난달 16일 삼성중공업에 공문을 보내 터미널 입항 거부·시험 연기를 통보했다. △3차 선적 시험 때 발견된 결함 발생 부위의 수리 결과와 △발생 가능성 분석 자료·선적시험 중 결함 발생 시 대처 방안에 대한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가스공사가 요구한 관련 서류와 자료는 일찌감치 제출해 모든 참여사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결함 분석 결과와 수리 방법, 절차는 건조사가 아닌 기술사에서 준비할 사항이라고 했다. 시험 중 결함 발생 가능성은 선급 규정상 허용 범위보다 안전한 상태로, 발생 시 기술적 대처 방안은 관련 회사들과 협의를 통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K스피카호. 부산일보DB SK스피카호.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은 “무엇보다 선급들로부터 운항증명서를 발급받아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필요한 인력, 자재, 협력사 계약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에 이미 제출된 자료를 다시 요구하면서 시험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창 문제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상황에 일방적인 선적시험 연기로 운항 재개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참다 못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24일 가스공사에 공문을 보내 선적시험이 조속히 진행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가스공사는 묵묵부답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KC-1 품질 문제는 설계 결함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건조사로서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수리에 최선을 다 해왔다”면서 “선주, 선급 요구에 따른 시험 재개를 앞둔 시점에 LNG선적을 미룬다는 것은 가스공사 스스로 설계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C-1은 LNG 화물창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프랑스 GTT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97억 원을 개발비로 투입했다. 전 세계 LNG 선박의 80%를 수주하는 국내 조선업계지만 극저온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LNG 화물창 제작 기술이 없어 지금도 척당 100억 원 상당을 GTT사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