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내로남불’
대선 당시 “전향적인 검토” 표명
尹 추진에 김민석 등 반대 나서
최근 당 차원 발목 잡기 노골화
공공기관 이전 정당의 자기부정
더불어민주당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을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당초 산은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지역구 의원 등에 국한됐던 반대 움직임이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당 지도부로까지 확산됐다. 당론을 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당 차원의 반대로 풀이된다.
올해 2월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부산으로의 국책은행 이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산은 이전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의 ‘표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시절 150여 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결행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을 당의 최우선 순위 정책 브랜드로 내세웠던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에 ‘자기 부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 이전이 최근 가시권에 접어들자 반대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산은 노조가 이사회의 동남권 조직 확대 결정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주최한 집회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과 김민석·이수진 의원이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정무위 소속인 같은 당 박성준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산업은행 이전,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산은 노조 등이 참석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산 이전 이후 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등 사실 관계도 맞지 않는 엉터리 반대 논리를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자리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14년 부산 이전 이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조항을 변경하려는 산은법 개정안이 첫 상정된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결정이다” “이전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등 갖은 논리로 법안 처리를 막았다. 산은 부산 이전을 적극 지지해온 당내 부산·경남 의원들은 이런 당 분위기에 밀려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태도는 올해 초 대선 때와는 딴판이다.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부산일보>의 관련 질의에 “부산의 ‘해양금융 특화’를 지원하고, 국책은행 이전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산은 이전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 곳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의 이런 행보를 방치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이 “산은은 금융 네트워크가 조성돼있는 서울에 있어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한 기관 이전만으로는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로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것 또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그 어떤 것보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크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감행한 민주당이 아니냐, 또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도 없다”며 “여당 공약이라고 반대하는 것이라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 공약을 누가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