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교섭도 결렬… 양측, 한 치 물러섬 없이 평행선
정부, ‘법대로’ 강경 대응 입장
노조 “진정성 있는 대화” 촉구
민주노총은 6일 총파업 예고
사측과 실무교섭 철도노조
오늘 타결 안 되면 파업 돌입
정부가 일주일째 이어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관련해 2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또다시 결렬됐다. 양측이 1차 교섭에 이어 이번에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은 장기화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정부와 화물연대의 2차 교섭이 진행됐지만 40분 만에 파행으로 종료됐다. 지난 28일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가졌으나 이번 교섭도 성과 없이 끝났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오늘 교섭에서는 정부와의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가지고 나왔다”며 “그러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국토부의 답변에 대화를 더는 이어나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볼모로 잡은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철회하고 화물연대와 진정성 있는 대화에 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노조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뒤 시멘트 운송업체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차 기사 350명에 대한 명령서를 교부했다고 밝혔다. 이중 20명에 대해서는 우편송달을 완료했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장조사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명령서가 전달되는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차 교섭도 결렬되자 화물연대 파업 분위기도 점차 격앙됐다. 이날 오후 3시께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파업에 참여 중인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김해지부 소속 화물노동자 이 모(59) 씨는 “기름값, 보험 등을 다 제하고 나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200만 원 조금 넘는다”며 “정부가 화물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업에 동참한 또 다른 화물노동자 변 모(56) 씨도 “안전운임제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인데, 정부가 이를 폐지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노동자를 억압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파업 현장에서 일부 조합원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관련 사건 접수도 잇따랐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20분께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화물연대 소속 지부장 A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 집회 현장 앞에서 운행 중이던 비노조원의 트레일러 차량을 향해 마이크를 던진 혐의(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전날 오후 10시께 부산항 신항 국제터미널에서 50대 A 씨가 몰던 트레일러 차량 보닛에 계란 한 개가 날아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화물연대 파업뿐만 아니라 한동안 전국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은 이날 사 측과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내일까지 양측의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면 총파업에 돌입할 생각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4월부터 사 측과 임금·단체교섭을 했지만 최근까지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지난 24일 오전 9시부터 모든 조합원이 준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철도노조는 △정부의 대규모 정원 감축 중단 △오봉역 산재사망사고에 따른 안전인력 충원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자회사 안전인력 충원과 최저임금 개선 △철도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부산신항 물류 지연, KTX와 부전~태화강 동해선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져 시민 불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시멘트 운수 노동자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해 오는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6일 동시다발적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