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낙동강 수질 개선, 우리 세대가 해결하자
송지연 정치·사회 파트장
안전한 식수 확보는 국민의 기본 권리
낙동강하굿둑·4대강 사업 때 가치
지금도 유효한지 다시 살펴보아야
“낙동강하굿둑 준공은 자연에 과감히 도전하여 대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하려는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1987년 낙동강하굿둑이 준공된 이듬해, 당시 최동섭 건설부장관이 공사과정을 기록한 공사지 머리말에 남긴 말이다. 80년대 도시의 발달로 공업과 농업 용수, 식수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낙동강하굿둑이 추진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낙동강하굿둑이 완성되기 20년 전 낙동강 하구는 철새 도래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그 시절 자연은 보호가 아니라 도전과 이용의 대상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낙동강하굿둑 건설은 우리나라의 1호 환경영향평가 사업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산업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자연의 가치를 지키려는 제도적 장치는 그제서야 겨우 싹이 트는 수준이었다.
산업화의 부작용과 환경 파괴의 역사를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는 요즘은 어떨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여서 환경 파괴의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반성은 우리 일상 속에 얼마나 녹아 있을까?
새삼 낙동강하굿둑의 역사를 떠올리며 이런 반문을 한 것은 지난달 28일 열린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 기사를 읽고 나서다. 포럼은 낙동강의 수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에서 마련됐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석자 모두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은 녹조로 퍼렇게 변한다. ‘녹조라테’라는 낙동강의 오명은 애칭처럼 들릴 만큼 친숙하다. 오랫동안 녹조현상을 겪다 보니 여름 장마마냥 일종의 계절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익숙해서 들리지 않았던 강의 신음 소리가 인간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음일 수 있다는 각성이 든 것은 올해 녹조현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철 한두 달이 지나면 사라졌던 녹조가 가을까지 이어졌다. 낙동강 취수지인 물금·매리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한여름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여름에 발효됐던 조류 경보는 가을까지 이어져 1998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국내 조류 경보 지점에서 발령된 ‘최장 경보’라는 기록마저 세웠다. 녹조가 심해지자 정화 처리를 강화하면서 수돗물에 발암 물질로 분류되는 소독부산물도 급증했다.
녹조 장기화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날씨가 지목된다.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아 수온이 높게 유지됐고, 비까지 내리지 않아 녹조가 번성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동강의 녹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식수 안전은 더욱 위협 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환경전문가들은 낙동강하굿둑과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보의 구조물에서 원인을 찾는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녹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연구가 소개됐다. 2020년 낙동강 수계관리위원회에 제출된 한양대 산학협력단과 한국생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한 이후 낙동강 하류 뿐만 아니라 최상류 상주보까지 녹조 현상의 피해가 확산됐다. 보고서에는 낙동강하굿둑 건설이후 하류 구간인 물금지역에서 이미 1994년부터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증식한 것으로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된 지 11년이 지났다. 올해 유난히 심각해진 낙동강 녹조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낙동강하굿둑과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선택한 가치는 지금도 유효한가?
부산을 비롯해 울산 등 낙동강 유역 700만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수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지역적 이해 관계나 정치적 입장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 각 주체별로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더라도 손을 놓고 방관할 수 없다.
‘2022 낙동강 맑은물 포럼’에서는 오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물의 수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주문했다. 각종 오염에 노출된 하류를 식수원으로 관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취수원을 여러 곳에 만들고, 하류에는 자연 정화 방식 등을 활용해 정화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오래 전부터 제시됐던 해법들이다. 이제는 해결안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 아이들이 낙동강 녹조를 당연한 자연 현상인 것처럼, 혹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낙동강하굿둑과 4대강 보를 자연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미래 세대가 자연의 재앙에 무기력하게 적응하지 않도록 우리 세대가 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촉구한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