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95. 환경·인간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 방정아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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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방정아(1968~)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일상적이고 친숙한 동시대 풍경과 우리 주변의 일상적 장소 그리고 일상에 드러나지 않던 이야기와 사건을 소재로 작업한다.

방정아의 작업은 단순히 일상을 넘어, 이를 관통하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이 만나게 되는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그녀는 1980년대 민중미술 2세대 작가로 활동하였고, 리얼리즘 회화와 부산형상미술의 영역에서 작업하며 삶의 보편성에 묻힌 개개인의 서사를 드러냈다. 잔잔한 일상이 가진 모순과 분노, 소외에 대한 시선을 특유의 색채로 담아냈다.

1990년대 초기 작업이 일상의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고단한 현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성의 일상을 다채롭고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작가의 관심이 정치·제도·생태·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확장됐다. 현실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개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때로는 이미지를 해체하여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 ‘복귀’는 2000년대부터 여성의 일상을 주제로 한 방정아 작품의 특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환경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부산 송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부산 특유의 해양성과 지역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후된 건물 내부, 깨어진 유리, 노출된 철근 등 파괴적인 이미지와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등 여러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하나의 화면 위에 구성되어 있다.

방정아는 이 작품에서 이미지를 해체, 재구성해 화면을 구축하고 현실에 기반한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엄마에게 안긴 어린아이는 생명의 탄생과 순환, 다시 말해 폐허가 된 문화와 환경을 다시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바다가 상징하는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은 훼손된 문명까지 회생, 복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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