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87. 아쉬워라 표준사전(21)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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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팀장

〈국힘 “김정은, 협박으로 안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이 제목에 나온 ‘안위’는 잘못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안위(安危): 편안함과 위태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다./가족의 안위를 돌보다….)

즉, 안위는 편안함(안전함)과 위태함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 그러니 저 제목에서는 ‘안위’가 아니라 ‘안전’이라야 했다. 위태함이야 지킬 일이 아니므로….

한데, 표준사전의 ‘안위’ 뜻풀이가 이러한 데 반해, 보기글은 이상하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다./가족의 안위를 돌보다’는 결국 ‘국가의 편안함과 위태함을 걱정하다/가족의 안전함과 위태함을 돌보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인 것. 결국, 이 보기글들에 나오는 ‘안위’도 ‘위태함/편안’이라야 했다.

*워홀(Warhol, Andy): 미국의 화가·영화 제작자(1928~1987). 팝 아트의 대표적인 존재이다. 작품으로 〈메릴린 먼로〉 따위가 있다.

표준사전의 이 뜻풀이에선 ‘대표적인 존재’보다는 ‘대표적인 인물’이 더 좋았겠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메릴린 먼로’다. 국립국어원 누리집(홈페이지) ‘외래어 표기법’ 항목에서 검색해 보면 ‘매릴린 먼로(Marilyn Monroe)’로 나오기 때문이다. 같은 항목에는 미국 여성 경영인인 매릴린 휴슨(Marillyn A. Hewson)이라는 인명도 나오는데, ‘실무소위(151106), 제154차 외래어 심의회(2021. 3. 8.) 한글 표기 수정(메릴린 → 매릴린)’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걸 보면, 최근에 외래어 표기를 수정하면서, 표준사전의 ‘워홀’ 뜻풀이는 그대로 둬서 생긴 일인 듯하다.

'그는 열 일곱에 집을 나와 독립했다.'

올림말(표제어) '집'에 나오는 보기글인데, '열 일곱'은 '열일곱'이라야 했다. 한글맞춤법 제44항에 따르면,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써야 한다.

'그 애는 어찌나 고집이 센지 내가 그 애에게 지고 말았다.'

올림말 '지다'에 나오는 보기글인데, 겹치는 말이 있어 어색하다. '그 애는 어찌나 고집이 센지 내가 지고 말았다'나 '어찌나 고집이 센지 내가 그 애에게 지고 말았다'면 충분했다.

'회담의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림말 '재개' 보기글인데, 불투명한 건 '재개 여부'가 아니라 '재개'다.

‘버너를 꺼내고 코펠에 굴비국을 끓이면서 비교적 조용한 산을 즐기려 한 것이다.’

올림말 ‘코펠’ 보기글인데, ‘갈빗국 고빗국 도깨빗국’에 견줘 보면 ‘굴비국’은 ‘굴빗국’이라야 했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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