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의 도시' 부산, 월드컵 거리 응원 사라진 이유는?
열성 롯데 자이언츠 팬으로 상징되는 ‘응원의 도시’ 부산에서 정작 월드컵 기간 거리 응원이 사라져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태원 참사 뒤, 대형 행사를 경계하는 부산시의 입장과 거리 응원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힘든 '붉은악마' 응원단 내부 여건이 맞물려 월드컵 거리 응원이 실종됐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월드컵 거리 응원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붉은악마' 응원단 부산지회(이하 붉은악마 부산지회)는 2일 포르투갈 전에도 별도의 거리 응원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가나전과 우루과이전에서도 거리 응원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은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 당시, 광화문 광장에 2만 6000여 명이 모이는 등 활발한 거리 응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 거리 응원은 부산시가 먼저 장소를 제공하고 협찬사가 대형 스크린 등 필요 장비와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태원 사고를 기점으로 대규모 행사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흐르면서, 부산시나 협찬사로부터 뚜렷한 제안이 없었다는 게 붉은악마 부산지회의 설명이다. 또 현실적으로 붉은악마 부산지회가 자체적으로 공공기관과 협의해 대규모 거리 응원 장소를 구하거나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울의 경우는 붉은악마 서울지회에 있는 위원장과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서울시를 강력하게 설득해 거리 응원을 개최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애초 거리 응원에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교통 통제와 임시대피소 마련 등 안전한 거리 응원이 될 수 있도록 입장을 바꿨다.
이태원 사고로 대규모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지만, 4년만의 월드컵 축제에 거리 응원이 빠져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붉은악마 부산지회에 따르면 월드컵 내내 거리 응원 개최 여부를 문의하거나 거리 응원 개최를 요구하는 전화나 민원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정태형 붉은악마 부산지회장은 "여러 통로를 통해 거리 응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여러 여건 상으로 서울과 다르게 조직적으로 거리 응원을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준현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