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무시한 일방적 설명”… 졸속 강행에 의혹 무성
한수원 고리 2호기 공청회
환경단체 ‘수명연장 반대’ 반발
“정상 진행 불가능했지만 강행
찬성 주민 편의 봐주기 꼼수도”
내년 4월 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을 추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부산 해운대구, 남구 주민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이를 진행하려는 한수원 측이 대립하면서 정상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공청회가 강행됐다. 일부 주민만을 대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 사실도 드러나면서 한수원이 수명연장을 위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찬성 측 주민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수원은 지난 2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총 5회 예정된 공청회 중 마지막으로 열린 것으로, 지난달 23·25일 예정됐던 공청회는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공청회에서는 시작 전부터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한수원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부산지역 8개 지역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해야 하지만 임의로 3차례만 공청회 개최를 통보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패널 토론자는 한수원 측 관계자로만 구성됐고, 법적으로 보장된 지역민 추천 전문가 진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공청회가 아닌 일방적인 설명회로 전락했다”고 소리 높였다.
환경단체 측은 공청회장 안에서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단상을 점거하는 등 한수원의 일방적인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가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해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자 한수원 측 경호 인력이 장비를 뺏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단체 구호와 객석에서 나오는 고함 등이 섞여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한수원은 오후 2시가 되자 공청회 개최를 강행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마이크 볼륨을 최대로 높여 구호소리를 묻거나 단상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1시간가량 공청회를 진행한 뒤 종료를 선언했다.
한수원이 이처럼 졸속으로 공청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절차를 간소화해 수명연장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이후에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계속운전 심사는 보통 약 1년 반가량 걸리기 때문에 한수원이 최대한 절차를 생략하려고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 측 주장이다.
한수원은 또 지하철역과 공청회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해당 기초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아 찬성 측 주민들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주민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2일 오후 12시께부터 도시철도 남천역에서 유스호스텔을 순환하는 셔틀버스 2대를 운영했지만 정작 지자체나 주민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공청회가 열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주민들을 위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구 주민 50대 김 모 씨도 “원전반경 30km 이내 거주자로서 사안에 관심이 있어 다른 사람의 차량을 빌려 타고 겨우 찾아왔다”면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버스를 운영할 거였으면 당연히 공지해야 했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수명연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유스호스텔 측에서 먼저 차량 제공이 필요하냐고 물어왔고 이에 응한 것이라면서 특정 주민을 위한 차량 제공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스호스텔 측은 “한수원 측에서 일주일 전쯤 차량 2대 운행이 가능한지 먼저 물었고 호스텔 보유 차량이 없어서 임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