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에 공인중개사 개업 급감
부산 신규 개업 3달 연속 70건↓
최근 5년간 가장 작은 수치
10월 거래량, 전년 대비 ‘반토막’
영세 중개소, 줄줄이 휴·폐업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사들의 개업이 크게 감소했다. 예년 같으면 공인중개사 합격자 발표 이후 개업 문의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끊겼다.
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0월 부산지역 신규 개업 건수는 69건이다. 9월 55건, 8월 62건으로 3달 연속 70건 아래다. 부산의 신규 개업 건수가 70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부산에는 16개 지부가 있는데 매월 지부별로 5개 업소도 신규 개업을 하지 않은 셈이다. 2018년 이전 자료는 전체 공인중개사 숫자 자체가 현재보다 2만 명 이상 적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업을 미루는 분위기는 신규 합격자 사이에도 팽배하다. 부산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제33회 공인중개사 합격자 발표가 있어 예전같으면 개업을 위한 절차를 묻는 전화가 많아야 하는데 올해는 정말 조용하게 지나갔다”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것을 문의 전화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자 공인중개사들이 눈치를 보며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개업을 하려면 사무실도 빌리고 인테리어도 해야 하기에 초기 자본이 투자된다”며 “이러한 비용을 현재 시장 상황에서 거래 수수료로 메우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공인중개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아파트는 올 10월 한 달 동안 2282건, 주택은 3256건 거래됐다. 전년 동월 아파트 4503건, 주택 6776건에 비해 거의 반토막났다. 부산에는 7800여 개 공인중개소가 있는데 공인중개소당 0.71건의 거래를 한 셈이다. 동래구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집을 팔겠다고 찾아오는 손님은 간간이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하루에 한 명도 없다”며 “급매라고 시세보다 1000만~2000만 원 정도 싸게 나와도 문의가 잘 없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업소를 폐업 또는 휴업하는 공인중개사도 늘고 있다. 거래가 줄며 임대료와 같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공인중개소들이 먼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10월 부산의 공인중개소 폐업은 59건, 휴업은 11건으로 신규 개업 건수 69건보다 더 많다. 부산진구 한 공인중개사는 “자기 건물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면 휴업을 택하고 남의 건물에서 하면 폐업이라고 자조섞인 농담을 한다”며 “일부는 사무실 임대차 기간이 남아 혹시나 그 사이 구매자가 나올까 싶어 휴업을 했을 뿐이지 사실상 폐업인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신학기와 겹쳐 부동산시장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러한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진구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 분석처럼 시장이 나아지고 신학기 이사 등의 수요가 맞물린다면 어려운 공인중개사들의 상황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