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완화 기대감에 부산 재건축 대어들 ‘들썩’
정부, 절차 완화안 조만간 발표
구조안전성 비중 50→30% 전망
지자체 10%P 추가 가감권 검토
수영현대·온천삼익 등 통과 기대
최근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고 경착륙 우려까지 나오자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다음주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던 부산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6일 국토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완화 방안 발표를 위한 마지막 조율을 진행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 개최한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안전진단 개선방안 발표 시점을 내년 초에서 12월 초로 앞당겼다.
이번 방안에는 안전진단 기준의 핵심인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기준보다 10%포인트(P)를 가감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최저 2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안전성이 뭐길래?
재건축 사업은 법적으로 30년이 지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진단이라는 단계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구조안전성이다. 건물의 기울기나 내구력, 기초침하 등을 진단하는 과정인데 눈으로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가 정량적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구조안전성은 각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반영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재건축 사업의 필요성을 느낄 때 구조안전성 항목의 배점 비율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할 때는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높여 사업을 막았다.
재건축 사업을 억제하려던 노무현 정부 시절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은 50%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40%로 이를 완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20%까지 낮췄다. 이 당시에는 재건축 안전진단통과 비율이 90%가 넘기도 했다. 집값을 잡아야겠다고 판단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다시 50%로 올렸다.
■"이번에는 성공한다" 부산 재건축 단지들
정부가 재건축 문턱을 낮춘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부산지역 단지들도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의 단계를 거친다. 수영현대아파트는 2021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종합점수 48.96점(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 점수가 55.05점으로 상향돼 등급이 C등급으로 조정됐다. C등급은 아파트를 유지보수해 사용해야 하고 D등급을 받으면 한국건설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적정성 검토에서 55점 이하를 받으면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수영현대는 불과 0.05점 차이로 재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다.
수영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 설립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계기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안병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규제가 완화되면 1년 이상 시간도 더 지난 만큼 충분히 안전진단 기준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에 검사한 내용이 있고 단지가 더 노후화된 만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지 않도록 부산시와 정부에서 안전진단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천삼익아파트(온천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배수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예비안전진단을 마치고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인데 기준 완화로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천삼익아파트는 2019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예비안전진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재량권 10%P' 사실상 20%될 것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기준보다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10%P 가감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지자체에서 참고해 구조안전성 반영 수준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를 가감이 아니라 '+'가 없는 '-'라고 보고 있다. 한 재건축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을 반대하면 그만큼 표가 빠져나가는데 이 기준을 높이는 것이 지자체장으로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행여나 10% 상향한 기준을 적용해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떨어진다면 주민들의 반발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20%는 역대 배점 비율이 가장 낮았던 박근혜 정부 수준이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 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입지가 좋아 예전부터 인기가 좋았다"며 "비록 현재 시장 상황 때문에 제한적일 수는 있으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