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유족 75명, 국가·부산시 상대 손배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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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서울·부산지법에 소송 제기 예정
청구액 1인당 5000만 원… 금액 커질 수도
지난해 12월 30여 명 국가 상대 손배소 진행 중

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피해 생존자인 박순이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피해 생존자인 박순이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최소 657명이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가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71명과 고인이 된 피해자 정 모 씨의 유족 4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상금 청구액은 피해자 1명당 5000만 원으로, 민변은 향후 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을 더 구체화하면 청구액을 늘릴 방침이다.

민변은 “형제복지원은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소위 부랑아를 단속·수용하는 정책에 따라 운영한 기관으로, 가족이 있고 신원이 확실한 일반 시민까지 자의적·무차별적·폭력적으로 강제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어 “이 과정에 국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협조, 비인간적인 방조, 기민한 은폐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고통받았다는 것을 폭로하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임영택 씨는 “저희가 무슨 죄를 지어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휘말리고 고통당하고 있나 싶다”며 “한국이 선진국이라면 아우슈비츠 수용소 피해자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독일과 같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활동을 해온 피해자 박순이 씨는 “피해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웃으면서 사는 것을 한 번 보고 싶다”면서 “피해자들이 작은 아픔이나마 풀고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30여 명의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작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현재 추가로 연락이 닿는 분들이 있다”며 “소 제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조력해 향후 2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될 때까지 운영됐다.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이라고 지목한 이들을 강제 수용했다.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 8000여 명이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해 8월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고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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