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시즌 합병, 디즈니 한국 공략…OTT업계 ‘지각 변동’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판도가 새롭게 짜이고 있다. OTT 성장세가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면서 업체들이 ‘각개전투’를 멈추고, 타사와 상호보완적인 전략 체계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몇몇 OTT 업체는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이거나 한국형 콘텐츠를 확대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종 OTT인 티빙은 이달 1일 시즌을 흡수 합병했다. 올 7월 합병을 결정하고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 간 합병을 승인한 결과다. 이번 합병에 따라 시즌의 모회사인 KT스튜디오 지니는 CJ ENM, 스튜디오 룰루랄라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토종 티빙, 이달 시즌 흡수 합병
왓챠, 매각설 딛고 새 융합서비스
넷플릭스, ‘저가 요금제’로 공세
디즈니플러스, K콘텐츠 강화
시즌 서비스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기존 시즌 콘텐츠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가우스 전자’ ‘신병’ 등 시즌 콘텐츠 700여 편이 티빙에서 제공된다.
그동안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1위에 올라 있고,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연합군인 웨이브가 전체 2위, 티빙 등 나머지 OTT가 그 뒤를 쫓는 구도였다. 이번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국내 전체 OTT 시장 점유율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실사용자 기준 국내 주요 OTT의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38.2%, 웨이브 14.4%, 티빙 13.1%, 쿠팡플레이 11.8%, 디즈니플러스 5.6%, 시즌 5% 순이었다.
월간활성화 이용자 수(MAU)만 봐도 순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431만 명이었다. 시즌 이용자인 125만 명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티빙의 전체 MAU는 556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재 국내 1위인 웨이브의 416만 명을 넘는 숫자다.
자금난에 매각설이 나돌던 왓챠는 새 융합 서비스를 내세우며 재기에 나선다. 현재 국내 OTT 시장 전체 7위인 왓챠는 영화·드라마 주축의 기존 OTT에 구독료 추가 없이 웹툰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 인기 웹툰뿐 아니라 유명 작가의 신작까지 제공해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는 지난달부터 한국 시장에 기존 기본 구독료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공세를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등 12개국에 출시된 이 요금제 이름은 ‘광고형 베이식(Basic with ads)’이다. 콘텐츠에 광고를 포함하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월정액을 낮췄다. 한국 기준 월 5500원으로 기존 베이식 요금제인 월 9500원보다 4000원 저렴하다. 광고는 콘텐츠 재생 시작 전과 중간에 노출된다.
넷플릭스가 저가 요금제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로 가입자 감소를 들 수 있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유로 가입자는 2억 216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만 명 줄었다. 2분기에도 97만 명 감소했다. 3분기에는 순 증세로 돌아섰지만, 북미 신규 가입자는 10만 명에 그치며 한계를 보였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한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디즈니는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이 같은 계획을 알리며 ‘K콘텐츠’를 한국과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루크 강 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이 자리에서 “1년 동안 디즈니플러스 아시아태평양 오리지널 콘텐츠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빅마우스’ ‘사운드트랙 #1’ ‘인더숲: 우정여행’ 등을 예로 들었다. 디즈니는 ‘커넥트’ ‘카지노’ ‘무빙’ 등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다큐멘터리 13편을 내년 말까지 선보이기로 했다.
OTT 업계는 올 상반기 국내 소비자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앱 카테고리에 OTT가 이름을 올린 점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data.ai(옛 앱애니)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소비자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앱 카테고리는 OTT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OTT 앱 소비자 지출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993만 달러(약 140억 원) 증가하며 20% 성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OTT업체 관계자는 “OTT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며 “각자 생존 전략을 모색해온 업체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서 앞으로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