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윤심’ 표출 창구 되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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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입주 후 각계 인사 초대
김기현 등 독대로 당권 관련 억측
야 해임 건의 이상민에 신뢰 보내
‘전방위 소통 약속’ 이행 중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지만 지난달 초까지는 서초동 사저에서 지내왔다.

그러던 중 한남동 관저의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7일 이곳으로 입주했다. 윤 대통령은 입주 열흘 만인 지난달 17일 한남동 관저 첫 손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이후 각계 인사들과 연이어 만찬을 하고 있다.

특히 여당 지도부와 최측근 인사들을 잇따라 관저로 초대한 것을 놓고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 부부와 만찬을 함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흘 뒤인 지난달 25일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는데,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이 여당의 공식라인보다는 측근 그룹을 아직까지 신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같은 달 30일에는 윤 대통령이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독대하고, 직후에 주호영 원내대표와 다시 심야 회동한 사실이 각각 언론에 공개됐다.

두 사람과의 관저 회동은 앞으로 다가올 국민의힘 당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여러가지 억측을 낳았다. 전당대회 시기가 내년 3월 초로 가닥이 잡혀 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을 부른 것이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각에서도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달 초 관저를 찾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 장관의 경우도 전당대회 또는 총선 차출설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군 수뇌부도 최근 관저에 초대됐다고 한다. 또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 총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 등 종교계 인사들도 관저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보를 놓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혼밥(혼자 밥 먹기)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전방위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엔 외부 식당에서, 취임 후엔 '안가'(안전가옥)로 알려진 공간에서 여당 의원 등 각계 인사들과 두루 만나 식사를 해왔는데 관저가 마련되면서 더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관저 회동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관저 일정에 대해서는 경호 상의 이유로 사전 보도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저 회동 사실이 연일 바깥으로 알려지는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참석자들이 관저에 초청받은 사실을 알려 정치적 파워를 과시하는 등 자기 홍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에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일부 정치인들을 겨냥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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