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바루 기자의 시선] 후쿠오카 명과 ‘히요코’ 장수 비결은 ‘지역색’ 살린 혁신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
일본에 여행 가본 사람이라면 공항이나 면세점에서 꼭 한 번은 병아리 모습을 한 과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후쿠오카에서 태어나서 올해 110년을 맞은 과자 ‘명과 히요코’이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에서 개최된 ‘경남관광기업 컨퍼런스(한국관광공사 주최)’에서 주식회사 히요코의 이시자카 아츠코(67·사진)사장이 강연을 하며 히요코 한 마리에 담긴 풍성한 스토리를 소개했다.
주식회사 히요코는 1897년에 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에서 ‘요시노도’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이이즈카시 일대는 일본에서도 유수한 탄광 지역이었고, 육체 노동자들에게 달콤한 과자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게다가 부유한 사람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과자 문화가 꽃피었다.
1912년에 2대 사장이 장난감처럼 사랑스러운 과자를 구상하면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입체형 과자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히요코이다.
이 병아리 과자는 밀가루와 계란, 당밀로 만든 피로 강낭콩 소를 싼 것으로 서양 과자와 일본 전통 과자의 ‘혼혈’이었다. 병아리 과자는 1964년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수도권에 진출했고, 신칸센 개통 덕분에 여행붐이 일면서 대표적인 선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알려져 2000년대에는 한국에서 복제 상품이 잇따라 생긴 적도 있었다.
이시자카 사장은 4대 사장의 부인으로서 40대 후반까지 전업 주부였다. 2009년에 남편 대신에 사장에 취임한 뒤 벚꽃 형상의 분홍색 소가 들어간 ‘사쿠라 히요코’를 만들어 계절감을 더하는 등 히요코를 새롭게 ‘변신’시켜 왔다. 이시자카 사장은 4년 전에 전 사장이었던 남편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의 의지를 계승하면서 여성스러운 감각을 발휘해 후쿠오카시 중심 번화가 텐진에 카페와 갤러리를 열기도 했다.
강연에서 이시자카 사장은 125년 동안 가업이 계속된 이유로 “시대에 맞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져서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한 박스 당 개수를 줄여서 개인이나 가족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서 대응했다고 한다. 이시자카 사장은 규슈에서 생산된 재료로 히요코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역이 가진 특성을 살리고 그 토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상품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는 참가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일본에는 지역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과자들이 있다. 과자는 기호식품이면서 소통의 윤활유이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경남 지역에도 새로운 간판 과자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히요코는 나의 고향 후쿠오카의 얼굴이다. 처음에 부산일보에 파견 기자로 온 날, 선물은 물론 이 병아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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