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학이랑 놀아 볼까…체험관의 이유 있는 변신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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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창의융합교육원의 자랑거리인 ‘산호수족관’. 3m 크기의 대형 수족관 2개에서 형형색색의 경산호와 연산호 군락이 신비로운 바닷속 세계를 연출한다. 부산창의융합교육원 제공 부산창의융합교육원의 자랑거리인 ‘산호수족관’. 3m 크기의 대형 수족관 2개에서 형형색색의 경산호와 연산호 군락이 신비로운 바닷속 세계를 연출한다. 부산창의융합교육원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잃어버린 수많은 일상.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선 ‘체험관 탐방’이 그중 하나다. 코로나 시기 방문객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부산지역 체험관은 속속 새 시설을 갖췄다.

특히 평소 거리감이 있던 ‘과학’과 ‘수학’ 분야의 변모가 눈에 띈다. 부산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과학·수학 체험관만 모두 3곳. 올 겨울방학 이들 시설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면 몰라보게 달라진 우리 아이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과학이랑 놀고 싶어요.” “수학이랑 놀다 올게요.”


▶부산창의융합교육원

전국 명물 산호 수조, 첨단 기술 접목된 아쿠아리움

해양·지구환경·천체 특화, 새 단장 끝낸 융합과학실


▶부산과학체험관

게임처럼 풀어 가는 ‘고래특별전’ 아이·어른에 모두 인기

기초과학 중심 200여 점 전시물 하루로 부족할 정도


▶부산수학문화관

14일 개관 수학 주제 세계 최대 규모,특이한 구조 인상적

생활 속 사례 통해 원리 탐구, 수학 관련 진로 탐색 가능



■해양과학의 명소 ‘아쿠아갤러리’

연제구 연산동 배산자락에 위치한 부산창의융합교육원. 1층 현관에 들어서자 형형색색 그림 같은 대형 수족관에 시선을 빼앗긴다. 바닷속 연산호와 경산호 군락을 재현한 ‘산호수족관’이다. 사설 아쿠아리움보다 색도 모양도 화려한 산호에다 돈 주고도 못 구한다는 버블말미잘까지. ‘아쿠아 아티스트’ 김숙리 팀장이 10년 넘게 애지중지 가꿔 온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명물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또 다른 바닷속 세상이 펼쳐진다. 13개의 크고 작은 수족관에 우리나라 바다 물고기를 비롯해 5대양 열대어와 산호, 청소새우, 해파리, 수초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을 만날 수 있다. 여느 수족관과 달리 은은한 조명과 조각 작품 같은 바위도 특징이다. 김 팀장은 “살아 있는 돌(라이브 록)을 일일이 깎아서 만들었는데, 여과재이면서 물고기에겐 동굴 역할을 한다”며 “조명도 스쿠버 다이버가 보는 바닷속 모습에 가깝도록 은은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원 해양수족관이 ‘아쿠아 갤러리’로 불리는 이유다.


부산수학문화관에는 내부 3~5층을 관통하는 역피라미드 조형물. 부산수학문화관에는 내부 3~5층을 관통하는 역피라미드 조형물.

모바일앱을 활용해 갯민숭달팽이 등 다양한 해양 생물로 나만의 수족관을 만들어 보는 ‘디지털 아쿠아리움’, 5대양 바닷속을 벽면에 구현한 ‘디지털 바다쉼터’에는 첨단기술이 접목됐다.

해양수족관 옆 공간엔 지난해 2월 함께 리모델링한 해양과학실이 자리한다. 모두 체험형인데, 손바닥으로 적도·극지방과 부산 앞바다의 해수 온도를 느껴 보고, 수심별 수압과 빛투과율, 해수 염분 등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해양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면, 스크린터치 12가지 문답을 통해 해양 관련 기관·직업군 추천도 받아 볼 수 있다.

부산창의융합교육원은 1987년 부산학생과학관으로 개관해 부산과학교육원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과학분야 교육을 담당해 왔다. 특히, 해양과 지구환경·천체 분야에 특화돼 있다. 올 1월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실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지구환경실, 이달 1일엔 최첨단 로봇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날 수 있는 융합과학실이 새 단장을 마쳤다. 4층 천체관측실 등에서 매달 진행해 온 ‘가족과 함께하는 별자리여행’(천문관측 등)도 내년 봄부터 참여할 수 있다.


부산수학문화관 다면체 포토존. 부산수학문화관 다면체 포토존.

■기초과학과 친해지고 싶다면 초량으로

지난 3일 동구 초량동 부산과학체험관 1층 특별전시실. 벽면에 각양각색의 고래 엽서 수백 장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책에 퐁당, 고래에 풍덩’ 특별전을 관람한 학생들이 손수 그린 고래들이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고래특별전은 바다 도시 부산에서도 평소 접하기 힘든 고래의 모든 것을 담았다. 크게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로 나뉜다는 기본 정보부터, 고래의 생김새와 행동 특성(숨기둥·수면), 먹이 먹는 법 등이 알차게 전시돼 있다. 게임 방식으로 고래의 크기를 비교하고, 고래 이름을 알아맞히다 보면 자연스레 고래의 세계에 빠져든다. 고래 몸속 모형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 아빠, 고래 관련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엄마 등 어른에게도 인기다. 특별전을 기획한 송민주 교육연구사는 “부모님이 자료에 더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전시에 도움을 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등 관련 기관으로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겐 ‘고래와 놀다’ 코너가 인기다. 고래 무드등, 고래 모자, 고래 키링, 고래 프로타주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환경운동가 로저 페인이 1970년대 음반으로 발매해 유명해진 ‘혹등고래의 노래’도 직접 들어 볼 수 있다. 특별전은 내년 1월 15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부산과학체험관은 상설전시장에 없는 주제를 중심으로 매년 특별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고래에 앞서 로봇, 기후변화 체험전을 열었다. 내년에는 융합과학에 초점을 맞춰 영화·건축·우주를 주제로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2~4층 상설전시실은 기초과학 중심의 체험형 전시물 200여 점을 갖추고 있다. 빛, 전자기, 소리·파동, 지구·생명, 수학·융합, 열·역학 등 6개 영역별로 6명의 교육연구사가 학교 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과 연계해 강의도 진행한다. 주말(토·일)에는 가족단위 일반 관람객이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모든 체험을 빠짐없이 해 보려면 꼬박 하루로 부족할 정도. 매년 신규 체험전시물이 추가되기 때문에, 주제를 나눠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산과학체험관에서 고래 몸속 모형을 관찰하고 있는 가족 관람객. 부산과학체험관에서 고래 몸속 모형을 관찰하고 있는 가족 관람객.

■세계최대, 기네스 도전 ‘수학문화관’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글로벌빌리지 옆 공터에 최근 요상한 건물이 들어섰다. 삼각형과 사각형이 조합된, 외관부터 특이한 이곳은 오는 14일 개관을 앞둔 ‘부산수학문화관’. 수학을 주제로 한 교육체험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2층 입구에서 마주치는 내부 구조는 더 기이하다. 수학 관련 책으로만 5000권이 비치되는 수학도서관의 천장에 뾰족한 사각뿔이 튀어나와 있다. 3~5층을 관통하는 역피라미드 조형물이다. ‘수학은 생각의 놀이터이다’ ‘자연이란 책은 수학 언어로 되어 있다’. 피라미드 외관에 새겨진 문구는 부산지역 공교육기관 수학 전공자들의 보내온 문장이다. 조형물 내부(‘공간543’)에선 세계 각국 전통 퍼즐놀이와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수학문화관 체험 순서는 5층에서 시작해 2층으로 내려오는 역순이다. 4층 ‘역사지혜관’에선 문명이 탄생하기 전 수의 개념부터 시작해 2022년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수학의 연대기를 만나 볼 수 있다.

‘교과체험관’은 나선형 통로를 따라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면서, 교과서 속 수학을 생활 속 사례를 통해 만나는 공간이다. ‘포물선으로 곱셉을 계산한다고?’ ‘원에서 삼각함수 값을 알 수 있을까?’ 등 체험물 설명이 ‘질문’인 게 흥미롭다. 빈지현 운영팀장은 “스스로 원리를 생각해 보게끔 모든 패널을 질문식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교과체험의 마지막인 3층 다면체 포토존에선 조명처럼 어둠을 밝히는 아르키메데스 다면체와 카탈랑 다면체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색 경험이 가능하다. ‘진로탐색관’에선 건축·의료·영상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수학과 함께 관련 직업을 탐색해 볼 수 있다.

2층 수학도서관 옆에 마련된 ‘수학놀이관’은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 저학년을 위한 공간. 건물 안쪽 야외에 들어선 ‘피보나치 나선’을 본딴 계단도 수학문화관만의 명소이다. 김진태 관장은 “수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학생과 시민이 여러 번 방문할 수 있도록 수학 관련 다양한 주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학문화관은 3월 정식 운영에 앞서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시민들은 1월부터 홈페이지 사전 예약(월~목, 하루 선착순 500명)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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