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보다 압박 vs 투쟁 수위 강화… ‘전면 충돌’ 긴장감 고조
집회 인원 출정식 대비 46% 수준
정부 “장기화로 파업 힘 빠져” 판단
화물연대, 국회·국토부 앞 규탄 시위
민주노총도 ILO에 추가 개입 요청
업무개시명령 미복귀자 1명 고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2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정부는 화물연대의 투쟁 동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내부 동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투쟁 수위를 높여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부받은 운송사 19개와 차주 516명을 대상으로 운송 개시 여부를 확인한 결과, 미복귀자 1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시멘트 화물차 기사 1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업무개시명령 불응과 관련한 첫 제재 사례다.
운송사가 업무개시명령에 1차 불응 시 위반차량 운행 정지 30일, 2차 불응 때는 허가 취소를 당할 수 있다. 화물차주는 1차 불응하면 자격 정지 30일, 2차 불응 때는 자격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미복귀 화물차주가 곧바로 자격 정지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고 지자체에서 소명을 들어보는 과정을 거쳐 최종 처분을 결정한다.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화물연대 파업 동력이 떨어진다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126% 수준으로 회복했다. 또 전날 집단운송거부 관련 집회 등 참가 인원은 4400명으로 출정식 대비 46%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대화의 창구를 닫고 노조를 몰아세우자, 화물연대는 내부 동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화물차 번호판을 목에 걸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멘트 공장이 몰려 있는 충북 단양에도 투쟁 역량을 집중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날부터 사흘 동안 단양 파업 현장에서 총력 투쟁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의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화물연대가 투쟁 강도를 이전보다 한층 더 높이면서 자제해 왔던 출하 저지 행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노총도 국제노동기구(ILO)에 추가 개입을 요청하는 등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추가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ILO 사무총장과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 자유 특보에 보냈다고 7일 밝혔다. 노조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을 위반하고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추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노조는 “정부가 ILO의 개입을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구속력 없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국제노동기구의 개입을 폄하하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회원국으로서 국제노동기준과 인권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ILO는 지난 2일 민주노총의 긴급 개입 요청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은 국제기준 위반이라는 공문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은 ILO 회원국으로, 올해 4월부터 국내에 발효된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관련 기본 협약(87·98호)은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정부가 대화보다 압박을 통해 파업 무력화에 나서고 노조도 이에 강하게 맞서면서, 전면적인 노·정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화물연대는 2003년 2차 총파업 때, 산개 투쟁 등 소극적인 방법으로 파업을 전개해 오다 정부가 대화를 단절하고 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유지해 오자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강화했다. 당시 부산에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량 시위를 벌이는 방법으로 주요 항만과 물류기지 봉쇄에 나섰다.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 차량이 부산항 신선대부두 등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점거해 주차를 하거나 여러 대씩 무리를 이뤄 서행 운전을 하면서 부두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은 “화물연대는 언제나 정부와 소통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조합원들 모두 생계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파업에 나서는 만큼 중단하지 않고 함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