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등급 미달 늘어나고 ‘문과 침공’ 이어지고… 변수 많은 ‘정시 전쟁’ 시작
영어 변별력↑ 정시 이월 정원↑
정시 경쟁 올해 더 치열해질 듯
‘불수학’ 탓 이과생 문과행 유리
학과 별 영역 반영 비율 달라
전형 방법 숙지·복수 지원 활용
2023학년도 수능 성적이 9일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대학 ‘정시 시즌’의 막이 올랐다. 올해 정시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 전쟁’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날 것이란 변수와 이과생이 문과로 지원하는 ‘문과 침공’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등급 미달자 속출할 듯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수시 합격 조건인 대학별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수험생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매년 난이도 조절에 비교적 성공했던 영어 등급 분포가 이런 전망의 근거다. 영어 2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중은 지난해 27.9%에서 올해 26.5%로, 3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지난해 53.1%에서 올해 48.2%로 각각 줄었다. 반면 영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7.83%로 작년(6.25%)보다 다소 늘었다. 영어 과목에서 변별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중·상위권 학생 중 영어에서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정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유웨이중앙교육 관계자는 “대학별, 학과별 수시 이월 인원을 확인해 최종 정시 모집 인원을 기준으로 한 지원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문과침공’
지난해부터 2년째인 문·이과 통합 수능에 따른 교차지원이 올해도 정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쉬웠던 국어영역과 불수능 여파가 여전했던 수학간 편차가 심해 이과가 문과로 교차지원을 한다면 지난해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수능 성적 분포를 보면 전통적으로 문과가 강하던 국어도 이과생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수학 영역에서 난도가 높아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선택과목(미·적분, 기하)을 고른 문과생은 약 14%인 데 비해 국어 영역에서 어려운 선택과목(언어와 매체)을 택한 이과생은 50.9%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합 수능 체제에서는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더 어려운 선택 과목을 골랐다면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데, 이과생들이 국어 영역에서 절반 이상이 어려운 과목을 골라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이과가 문과로 교차지원을 한다면 지난해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학사 관계자는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로의 교차지원은 예년에 비해 감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정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성적대별 ‘맞춤형 전략’이 핵심
전문가들은 자신이 속한 성적대별로 입시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위권의 경우는 지원 고려 대학의 전형 방법을 숙지하고 복수 지원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 학과별로 수능 반영 비율이 다른 만큼 수능 반영 방법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 4개 영역(국·수·영·탐) 중 3개나 2개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탐구도 2과목이 아닌 1개 과목만 반영할 수도 있다. 표준점수 대신 백분위를 지표로 쓰기도 한다. 일부 영역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더라도 대학별 조합에 따라 유리할 수도 있으니 검토해 볼 만하다. 지망 대학의 수능 점수 활용 방법, 영역별 반영 비율, 영어 등급 간 점수 차이 등 본인 성적과의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위권의 경우 본인의 수능 성적에 유리한 대학을 찾아 도전하는 편이 권고된다. 일부 대학의 경우 3개 또는 2개 영역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가·나·다군 별 대학 2~3곳을 정해 환산점수를 계산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모의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