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한국인,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22일까지 영화의전당 ‘자이니치 감독 특별전’
차별·가족·정체성 다룬 영화 10편과 강연 등
재일교포 감독 1990~2010년대 작품 상영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잡은 터전. 그들의 삶은 남달랐고, 혼란이 올 때도 많았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 ‘자이니치’의 문화적 정체성과 고단한 삶을 돌아보는 영화 특별전이 열린다. 그들이 받은 차별과 폭력뿐 아니라 자이니치 가족과 정체성 문제를 조명하는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영화의전당은 이달 22일까지 ‘아시아 영화의 재조명, 자이니치 감독 특별전’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자이니치 감독이 만든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자이니치는 재일교포를 뜻하는 일본 단어다.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강제 징용이나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사람을 말한다.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고, 일본 사회에서 소외된 아픔을 지니고 살아왔다.
특별전은 자이니치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그들의 삶과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열린다. 영화는 ‘폭력과 저항’ ‘가족의 해체와 복원’ ‘정체성과 생명력’ 등 3개 주제로 소개된다.
‘폭력과 저항’ 작품들은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직접적인 영화 언어로 표출한다. 올해 11월 별세한 자이니치 1세대 영화감독인 고 최양일 감독 대표작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가 상영된다. 정의와 복수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의 악순환을 회의적으로 그린 ‘용서받지 못한 자’(2013),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분노’(2016) 등 이상일 감독 영화도 볼 수 있다.
‘가족의 해체와 복원’ 영화들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사랑과 갈등을 다룬다. 양영희 감독 자전적 다큐멘터리 3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재일 조선인 아버지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이념의 오랜 충돌을 다루는 ‘디어 평양’(2005), 평양에 사는 조카를 중심으로 평양과 오사카에 오가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굿바이, 평양’(2009), 제주 4·3 사건의 아픈 기억을 감춰 온 어머니를 이해해가는 ‘수프와 이데올로기’(2021)를 선보인다. 아동 방임과 학대, 치매 등을 다룬 일본 단편집을 영화화한 오미보 감독 ‘너는 착한 아이’(2015)까지 총 4편을 만날 수 있다.
‘정체성과 생명력’ 영화들은 위태롭게 줄을 타듯 살아가는 젊은 재일교포 일상과 자이니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재일교포 2세 구수연 감독 작품 2개가 포함됐다. 재일교포 차별, 집단 괴롭힘, 자살 등을 다룬 감독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연히도 최악의 소년’(2003),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 등을 이야기하는 ‘하드 로맨티커’(2011)가 관객을 만난다. 가난과 핍박과 차별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재일 교포 가족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정의신 감독 ‘용길이네 곱창집’(2018)도 볼 수 있다.
특별전 중 강연과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이달 17일 오후 4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상영 후 강내영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특별강연이 있다. 김은정, 김필남 평론가 영화 해설 등 각종 행사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관람료는 7000원이고, 유료 회원과 청소년·노인은 5000원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