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서·정신 담은 사투리 시집 나오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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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작가회의 <인자 문 끼라 봐라> 출간
48명 시인 참가…삶의 감수성·역동성 돋봬

부산작가회의 사투리 시집 <인자 문 끼라 봐라>. 전망 제공 부산작가회의 사투리 시집 <인자 문 끼라 봐라>. 전망 제공

부산작가회의(회장 김수우)는 사투리 시집 <인자 문 끼라 봐라>(전망)를 냈다. 부산작가회의 시분과 회원 48명이 1편씩, 총 48편의 시를 실었다.

시집 제목은 ‘이제 문 열어 봐라’는 뜻인데, 중앙집권적인 표준어 정책이 강제한 빗장을 걷어내고 지역어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는 의미로 읽힌다.

“지역 토속어는 오랜 세월 쌓여온 그 지역의 정신과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구술문화는 중앙 중심적 표준어 사용에서 느낄 수 없는 역동성이 살아있다”는 것이 사투리 시집을 묶은 이유다. “다양한 토착어들이 즐겁게 이해될 때 우리 문학이 제대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우선 말들이 구수하다. ‘울엄마 생각날 때마다 오래오래 합장하며 살아가고 있십니더….’(김석주) ‘새복잠 께베던 쇠종소리/들리면 뽀도시 일어나’(류정희) ‘이 분꽃들 좀 바라. 우야마 좋겠노. 본색도 이뿌디만 우짠다고 얼룩물 드이 더 이뿌노.’(권애숙) ‘마, 고마해라, 오늘 머 잘못 문나’(정익진) ‘갼타 들어오이라/여는 마 아무꿋도 엄따’(원양희) ‘세이야 니 와그라도/와 또 그래싼노’(권용욱) ‘젊은 너거가 해 묵는 기 제일 맛있는 기다!’(김해경). 이렇게 말들이 구수한 것은 사투리가 삶과 현장에서 오는 진동, 몸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48편의 사투리 시들은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투리로 시를 쓰니까 희한하게도 삶의 이야기들이 줄줄 나오는 것이다. 사투리 시들은 시가 망각하지 말아야 할 ‘삶의 감수성’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차원의 ‘시대적 일깨움’도 있다. 김점미 시인의 ‘다시, 촛불’이 그렇다. ‘벌씨로 이자문나?/보골난 촛불 파도는/거대한 겨울조차도 몰아내뿔고/희망의 불씨를 지켜왔다아이가//다시 문 끼라 봐라!’ 시집 뒤편에 ‘작품 속 사투리 정리’도 실어놨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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