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쟁 멈춰” 노벨평화상 수상자, 푸틴 성토 한목소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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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상식서
라친스키 “우크라 침공은 범죄”
마트비추크 “전범 재판 열어야”
핀추크 “국민 목소리 무시당해”

지난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 왼쪽부터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 왼쪽부터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사들은 시상식 연설에서 우크리아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이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친 전쟁’을 당장 그만둘 것을 촉구하면서 그를 전범 재판에 넘길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등이 참석했다.


CNN은 “러시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얀 라친스키가 수상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친 범죄’ 전쟁을 비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라친스키는 “러시아에 대한 저항이 푸틴 체제 아래에서 ‘파시스트’로 매도되고 있다”며 “이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친 범죄적 침략전쟁의 이념적 정당화가 됐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존경 받는 인권 단체 중 하나인 메모리알은 지난해 말 대법원의 폐쇄 명령을 받기 전까지 30년 이상 스탈린 시대의 학대와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크라이나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망가뜨려 촛불을 사용해 수상 소감을 작성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가장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공격받는 국가가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달성되지 않는다”며 “그건 평화가 아니라 점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푸틴과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셴코를 겨냥해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 재판을 열 것을 요구했다. 인권 단체인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를 대표하여 이 상을 수상한 마트비추크는 “국제 재판이 전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정의를 보장해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범들이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진 후에만 유죄 판결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국제 재판소를 설립하고 푸틴, 루카셴코와 다른 전범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자유센터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자국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활동하다 지난해 7월부터 재판도 없이 투옥 중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를 대신해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가 상을 받았다. 비알리아츠키는 노벨상 121년 역사상 네 번째 옥중 수상자로 기록됐다. 핀추크는 “시민권을 수호하기 위해 거리와 온라인에서 행동을 취한 수백만 명의 벨라루스 시민에게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핀추크는 남편의 말을 인용하며 “어떤 종류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푸틴에게 어울릴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그것은 의존적인 독재로 압박당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오늘날의 벨라루스와 같은 형태다”고 주장했다.

한편 B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는 러시아인들은 수상을 거부할 것을 크렘린궁으로부터 요구받았지만, 그들은 이를 뿌리쳤다. 라친스키는 BBC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지 말 것을 조언했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조언을 주목하지 않았다”면서 “안전에 대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메모리알의 활동은 여전히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아무도 신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우리는 이 구덩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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