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자동 탐지’로 보이스피싱 피해 막았다
부산은행 FDS 등 금융 사기 차단 큰 기여
금융권은 나날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 혐의점을 미리 찾아내거나, ATM 이용자 인상 착의를 분석, 선글라스와 모자 등 기존 보이스피싱범과 유사한 특징이 발견될 경우 고객에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 금융사기범은 부산은행의 60대 고객 A씨에게 자녀를 사칭해 스마트폰을 원격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심어진 문자를 보냈다. 사기범은 이를 통해 A 씨의 스마트폰을 원격 조정해 불법 이체를 시도했다. 이를 부산은행 FDS(이상거래 탐지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가 탐지했고 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팀’을 통해 A 씨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기범의 통화 차단으로 전화 연결은 실패했다. 이에 부산은행은 보이스피싱 사기라는 것을 확신하고 A 씨의 계좌지급정지와 인터넷뱅킹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부산은행 측은 19억 원 상당의 고객 피해를 예방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지난 3년간 1330여 건, 약 165억 원 규모의 피해를 예방했다.
KB국민은행도 이와 비슷한 ‘AI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의 고도화로 보이스피싱 사고 발생 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딥러닝(심화학습)을 통해 고객의 금융 패턴과 자금 흐름 등을 분석하고 보이스피싱 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보이스피싱범을 잡는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이 기술은 ATM 거래 중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는 등 기존 보이스피싱범과 유사한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탐지해 거래 전에 고객에게 주의 문구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고령층 고객 내점이 많고 보이스피싱 사고 우려가 많은 영업점에 우선 도입하고 이후 전국 모든 ATM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