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고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추모 물결
‘진보교육 거목’ 갑작스러운 타계
시민분향소마다 헌화·묵념 인파
각종 단체 애도문 발표 고인 기려
온라인·SNS 추모 메시지 이어져
도심 곳곳엔 추모 현수막 내걸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았던 고인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8일 진보 교육의 거목인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애도 물결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주말에도 울산시교육청과 울산교육정보연구원, 롯데호텔 앞, 울산 동구청 로비 등 시민분향소마다 추모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조문객들은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며 헌화와 묵념으로 명복을 빌었고,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롯데호텔 앞 분향소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노 교육감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울산 교육을 누구보다 사랑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 초등생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 건 추모 현수막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인이 과거 몸담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애도문을 내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교조는 “마지막 세상과 등지는 그 시간까지 울산교육을 위해 애쓴 모습은 진보교육이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됐다”며 “우리 모두에게 참스승이었던 고인의 모습을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안식을 기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페이스북에 “울산에서 초·중·고 및 유치원 급식, 입학 준비금, 수학 여행비, 고교 교육 등 많은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무상교육복지의 길을 열어왔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고인을 계속 기억하면서, 그 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영전에 바친다”고 썼다.
노 교육감의 SNS 등 온라인에서도 고인을 기리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울산에 대거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자녀들이 올해 3월 등교할 당시 노 교육감과 손을 잡고 동행하는 모습이 SNS를 타고 재조명받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고국을 탈출해 한국에 온 아프간 자녀들에 대한 차별 없는 교육지원을 위해, 반대하던 일부 학부모들을 설득한 일은 (노옥희) 선생님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프간 초등학생의 손을 꼭 잡고 등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노 교육감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부터 울산 현대공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초임 시절 취업한 제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자 노동자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1986년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기도 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1·2대 지부장을 지냈다가 해직 13년 만인 1999년 울산 명덕여중 교사로 복직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첫 진보·여성 교육감이 되면서 임기 동안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청렴도와 교육 복지를 전국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배움성장집중학년제 운영, 유치원 무상 교육 실현, 학생 체험 공간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 교육감의 빈소는 울산시티병원 VIP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8시 30분.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10시 울산시교육청에서 열린다. 고인은 경남 양산시 솥발산 공원묘지에서 영면에 든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