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자살 사망자 절반 이상 ‘중장년층’인 이유는?
연간 150여 명 발생, 100명이 35~64세
경제적·우울 상실감 등 정신 문제 원인
청년·노년층 비해 '복지사각' 지적도
김해시 자살자 수가 매년 150명 안팎을 기록하며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다수가 중장년층에 몰려 있어 선택과 집중에 근거한 해결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김해에서는 총 732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경남에서 창원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 기준 24.6명으로 창원시 20.2명보다 많았다.
김해시 자살 사망자 수는 2017년 141명, 2018년 156명, 2019년 152명, 2020년 136명, 2021년 147명에 이른다. 2~3일에 1명 꼴로 발생한 셈이다.
연령별로는 35~49세 중년층과 50~64세 장년층 비중이 높았다. 중장년층 자살 사망자 수는 2018년 99명, 2019년 99명, 2020년 94명으로, 이 기간 총 발생 건수의 약 66%에 해당한다.
시는 그동안 보건복지부 사업에 맞춰 60세 이상 노년층에 집중해 자살 예방사업을 벌였다. 올해는 지자체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돼 중장년층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진규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자살 사망자가 사회 핵심 인력인 중장년층에 몰려 있고 그중에서도 남성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한다”며 “올해는 중장년층에 초점을 뒀다. 지난 10월에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 포럼을 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해시보건소 자료를 보면 2015~2019년 김해지역 자살 사망자의 사망 원인은 경제적 이유 24%, 신체·정신건강 18.3%, 가족관계 11.2%, 대인관계 6% 순으로 나타났다.
신 센터장은 “표면적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지만 대부분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한다”며 “남성의 경우 갱년기·실직·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상실감과 생계·양육·봉양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때 주로 고용센터·금융권을 찾는다. 병원을 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복지가 크게 부족하다며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시 역시 중장년층 대상 복지정책 확대를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시 시민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중장년층을 위한 사업은 1인 가구 대상 고독사 예방사업뿐이다. 청년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나 노년층을 위한 수당과 같이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전했다.
김해시의회 김유상 의원은 “세수 문제로 선별적 지원이 우선시 되는 점은 이해하지만, 행정에서 촘촘하게 따져 선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년층은 지역경제에서 허리 역할을 한다. 허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오전 9시~오후 6시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우울감 등을 느끼는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경남도가 관리하며 전화는 24시간 운영된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