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야당 감세안은 이념 대결”
야 “여당은 초부자 감세” 대응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여야가 팽팽히 대치 중인 12일 국회 깃발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여야가 ‘감세 전쟁’을 계속하면서 예산안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감세안에 대해 “이념 대결”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여당 감세안이 “초부자 감세”라고 대응했다. 야당 단독안 처리 압박 등 ‘강 대 강’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지역 현안 국비 확보가 달린 ‘증액 협상’은 ‘물밑’에서만 진행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지연이 야당 책임이라는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부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몽니로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의 입법전횡, 국정 딴지걸기가 끝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의 갈등에 대해 “예산이 숫자 대결이 돼야지 이념 대결이 돼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정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법인세 인하는 부의 재분배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법인세 인하안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의 감세안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살펴야 할 곳은, ‘슈퍼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극소수 특권세력만을 위한 정부입니까”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예산 합의가 불발될 경우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자체 예산안’을 부각시키며 압박에 강도를 높였다. 민주당 ‘단독안’은 정부 예산안에서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 2조 원 정도를 감액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도 “협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민감세를 해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단독 수정안은 국회에서의 증액이 포함되지 않은 예산안이다.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해 수정안에서는 정부안 가운데 국회에서 삭감된 내용만 반영된다. 민주당은 국회 감액으로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을 국가 채무 상환에 쓰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감세 전쟁’과 관련된 예산부수법안에 대해서도 “합의가 안 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별도의 트랙으로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데드라인’으로 제시된 15일까지는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더 이상 시간을 끌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감액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도 (기획재정부와의) 증액 협상이 상당부분 진행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에는 표결 처리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이 결국 합의를 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