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 검토 중인데… 은행은 여전히 ‘1시간 단축 영업’
코로나 방역 이유 80%가 시행
노사 논의 없어 불편 지속될 듯
마트 등은 영업시간 다시 늘려
은행 10곳 중 8곳가량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시작한 영업시간 1시간 단축 운영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방역 당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검토에 착수하면서 운영 시간을 기존으로 되돌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노사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제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 단축 영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실에 따르면, 올 9월 국내 은행(17곳)과 저축은행(79곳) 96곳 가운데 81곳(84%)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맞춰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올 4월 거리 두기 해제에도 이들 중 67곳(83%)은 여전히 단축 영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같은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영업시간을 다시 늘린 곳은 한 곳도 없었다. BNK부산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과 영화관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방역 완화 기조와 함께 영업시간을 기존으로 되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해 올 10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으나 두 달가량이 지난 이달까지도 협의체를 구성은 물론, 관련 논의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사(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단축 영업을 논의하던 당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및 다중 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서는 2022년 산별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여기다 TF를 가동하더라도 현재 금융계 내부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존 영업시간대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차기 금융노조 위원장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박홍배 현 위원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근무 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주 4.5일제 도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영업시간 축소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축 운영 이후 영업시간에 대한 민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대부분의 고객이 창구보다는 모바일, 온라인 등을 선호하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 등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박 의원은 “금융기관의 영업시간 단축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였다”며,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영업시간 변경을 위한 금융권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는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인데, 구체적인 시점은 신규 확진자 수를 위중증·사망자 발생 추세, 방역대응 역량과 함께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