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급쟁이·자영업자 아우성, 정치권은 '과이불개'
고물가로 서민 실질소득 감소해 생계난
정부·여야, 민생 안정 최우선 자세 필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팍팍해졌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가파른 물가 상승 탓에 크게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층 가계가 파탄지경인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민생 경제 안정에 손을 놓은 듯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올 3분기 가구주의 지위가 상용 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5.9%나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에 그쳐서다. 3분기 자영업자의 실질소득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5% 감소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0.7% 줄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온 수치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수입은 거의 그대로인 반면 고물가로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층 가계가 타격을 받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직장인들 사이의 우스갯소리가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더욱이 임시직과 일용 근로자는 실질소득 감소율이 각각 5.1%, 5.6%로 상용 근로자보다 큰 데다 일용직은 명목소득마저 0.02% 줄어드는 등 고용이 불안정한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더욱 어렵다. 심화하는 빈부 격차를 완화할 대책이 절실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서민층의 형편이 당분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올 7월 6.3%까지 치솟은 물가 상승세가 지난달 5.0%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5% 안팎의 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게다가 고금리 기조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살림을 옥죈다. 서민층이 살기 어렵다는 아우성은 부산의 자영업자 소득 실태만 봐도 금방 확인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역 1인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019년보다 55만 원 줄어든 159만 원에 불과하고, 평균 부채는 379만 원에서 780만 원으로 급증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 혼자 일하며 노동시간을 늘려도 생계유지가 막막할 지경이라고 하니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민생의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인데도 여야는 이를 외면한 채 정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어 한숨만 나온다. 지난 9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마찰 등에 따라 사상 처음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처리하지 못한 내년도 국가예산안이 단적인 예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11일 잘못하고서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이유다.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은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들의 고통을 엄중히 인식해 민생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야는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협치하지 않으면 결국 민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