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떨어져 인기 ‘뚝뚝’… 경남 딸기 농가 ‘쓴맛’ 다시네
지난달 대비 주문량 절반 넘게 ↓
숙도 60~70% 수준에 수출길로
‘저품질·고단가’ 해외 시장 외면
수출·브랜드 가치에 악영향 줘
서부경남 대표 신선 농산물인 딸기가 해외시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딸기의 숙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출해 생긴 부작용이란 말이 나온다.
12일 경남 진주시와 딸기수출농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비 이번달 해외 바이어의 딸기 주문량이 절반 넘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몇몇 농단은 수출물량이 저온창고에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산단가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로선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딸기 품질에 있다. 현재 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금실이다. 예전에는 매향 품종을 이용했지만 최근 대부분의 농민들이 금실로 바꿨다. 매향은 사실상 수출 전용 품종으로 저장기간이 길고 수확 후 후숙 과정에서도 단맛이 올라 온다. 반면 금실은 매향에 비해 수확량이 1.5배 정도 많고, 수출은 물론 내수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판로가 막힐 경우 국내시장에 풀 수 있다보니 농민들이 비교적 안전한 금실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금실의 경우 저장기간이 짧다 보니 숙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해 수출길에 오른다는 점이다. 일본 딸기는 숙도가 90% 단계에서 수출되다 보니 단맛이 충분히 올라있는데 국내 금실은 60~70% 수준에서 선적한다. 특히 금실은 후숙 과정에서 단맛이 크게 올라오지 않는 품종인 탓에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 문제는 딸기 내수시장 단가 하락이다. 12월 첫째 주 기준, 내수시장 딸기 단가는 1kg당 평균 1만 4000원 수준이었다. 반면 수출 딸기 단가는 1kg당 2만 2500원이었는데, 해외 바이어들이 굳이 높은 단가에 매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지난주 수출농단들과 협의해 이번주부터 수출 딸기 단가를 1만 6000원 선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일단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을 낮추더라도 계속해서 수출 딸기의 숙도 조절이 안 될 경우 지역 전체 딸기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새 시장 개척에도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딸기 수출 농민은 “현지 농민과 바이어, 수출시장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 탓에 딸기 품종 선택조차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수출 구조 개선까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