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소설가’ 임회숙 “묵묵하게 살아가는 삶 자체가 희망이자 꿈”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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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소설 <산복도로의 꿈>을 낸 임회숙 소설가. 부산일보DB 산복도로 소설 <산복도로의 꿈>을 낸 임회숙 소설가. 부산일보DB

첫 소설집 ‘산복도로의 꿈’ 펴내

한 작품 인물, 다른 작품에도 등장

작품 간 연결고리 지닌 연작소설


13년간 영주동 산복도로 거주

감천문화마을 사람들 삶 취재

2016년 ‘감천문화마을 산책’ 출간


부산에는 있으나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 ‘산복도로’, 그 ‘산복도로 소설가’가 탄생했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회숙 소설가의 첫 소설집 <산복도로의 꿈>(강)은 ‘산복도로 소설’이다. 총 8편 중 4편은 감천문화마을, 1편은 아미동 비석마을을 특정해서 배경 삼았다. 나머지 3편도 산복도로 배경과 그 연장선상의 소설이다.

-왜 산복도로 소설을 썼는가.

“결혼 후 13년 동안 영주동 산복도로에서 살았다. 그때 보고 느꼈던 것이 많았다. 이후 부산 스토리텔링북을 쓰기 위해 감천문화마을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는 2016년 <감천문화마을 산책>을 냈다. 결국 부산을 좀 더 알기 위해, 거기서 사는 우리들의 삶을 탐문하기 위해 산복도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산복도로 자체와 그 안팎을 전면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부산 사회에서 산복도로의 위치, 그 생성의 사회적 맥락 등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그 점이 아쉬울 수 있다. 그는 외려 산복도로가 피어 올리는 묵묵한 삶의 희망을 말한다. 이는 역설적이다. 소설집 이름은 <산복도로의 꿈>이지만 작품들에서 ‘꿈’이 그렇게 썩 잘 보이는 편이 아니다. 그럴듯한 상황 반전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에 ‘꿈’을 넣은 이유는 뭔가.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있을 것으로 보이는 꿈을 더듬고 싶어서이다. 그들은 직장을 잃어도, 살던 집에서 쫓겨나도 다시 묵묵히 삶을 이어간다. 성공 가도만 달렸던 사람들이 실패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그들의 그 묵묵한 태도를 꿈으로 본 거라 해도 무방하지 싶다.” 애초 삶에는 희망, 절망 따위가 없을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회숙 소설가의 첫 소설집 <산복도로의 꿈>. 강 제공 임회숙 소설가의 첫 소설집 <산복도로의 꿈>. 강 제공

이를테면 단편 ‘쓸모 있다는 것’에서 아버지는 당뇨 고혈압에 무력한 불평분자에 불과하고, 엄마는 핫도그 가게를 하다가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는 그만 돌아가신다. 그 딸은 엄마 병을 고치기 위해 장기 매매에 나서지만 그 정성이 아픈 엄마에게 닿지 못한 것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가게 집기를 정리하는 그때 꽃비가 내리고, 벚나무 가지마다 연두색 새순이 돋고 있다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막막한 처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연두색 새순’ 같은, 어떤 희망의 암시만 있을 뿐이다. 이것을 붙잡아야 하는 것이 우리 자그마한 삶의 꿈이요, 희망이라는 것이다.

그의 소설은 산복도로 연작소설이다. 인물들이 서로 ‘헐거운’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한 작품의 인물이 다른 작품에 그대로 나오거나, 삽화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작품들에서는 대체로 아버지는 죽었거나 비루하게 살고, 어머니는 생고생을 한다. 산복도로의 삶을 관찰하면서,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의 부재 혹은 무능이 가난의 근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고 체험이라고 한다. 임 소설가는 “얼마 전에 남부민동 산복도로에 숙소를 마련해 산복도로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산복도로가 표현돼 있다. ‘엄마는 담장 아래 처마를 맞댄 이웃이 있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여 살기로 안 했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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