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정쟁거리 전락… 실기 우려
정부, 공공기관 지정 속도전
법 개정은 여야 대치로 늑장
정부가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기 위한 첫발 격으로, 이전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절실하지만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정쟁 거리로 전락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14일 금융권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르면 내달 중 공공기관 이전 고시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관계기관 회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회의에서는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앞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 국토균형발전위원회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고시를 심의·의결한 뒤 국토교통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 회의 참석 기관들은 조속한 이전 고시에 뜻을 모았으며 산업은행 안이 마련되는대로 조속히 절차를 밟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산업은행이 정부의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가 된다해도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사 위치가 서울로 명시돼 있어 이전 고시만으로는 부산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회의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에 대한 법 수정이 필요한데, 입법부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전날(13일) 국회 정무위원에 법안심사소위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 때문에 취소됐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 취소다.
오히려 최근에는 정치권의 정치적 싸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산은)노조가 반대하니 더불어민주당은 꼼짝 못 하는 민주당은 차라리 민주노총과 이름을 결합해서 민주노동당이라고 이름을 바꾸라”며 “‘부산(산업은행 이전)은 안 된다’고 정치적 공세를 하는 민주당은 부산시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산업은행이 동남권 조직 확대를 통해 부산 이전을 준비하는 중인 데 대해 ‘꼼수 조직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산은법에 대해선 “정치적 결정이다” “이전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부울경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경제를 성장시키는 새 동력으로 꼽는다. 이러한 이유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현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이전한 어떤 기업들보다 경제적 효과나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지역의 이같은 기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역 정치권이 힘을 합쳐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