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회복·치유에 꾸준한 관심을”
한종선 씨, 부산대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 강의 참여
“금전 배·보상 끝 아냐… 피해 회복 지원 초점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희생자들이 35년 만에 국가에 의해 피해자로 공식 인정됐지만 ‘피해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여전히 미비하다.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회복 방안을 위해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오전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46) 씨는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 강의에 참여해 ‘진상규명 이후 피해자 회복’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했다. 한 씨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전적 배·보상 문제로 형제복지원 사건이 끝나면 안된다”며 “피해자들이 국가를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치유와 회복 방안에 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될 때까지 운영됐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방관 속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자 국가 폭력 사건으로 꼽힌다.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 사이에만 총 3만 8000여 명이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 8월 형제복지원에서 강제노역과 가혹행위, 사망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고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에 책임져야 할 부산시는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 발표 이후에도 ‘공식 사과’에 나서지 않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부산시의 행보와 대조된다. 경기도는 선감학원이 폐원한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선감학원은 지난 1942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군인 양성을 위해 설립한 시설로, 해방 이후 1946년부터는 경기도가 인수해 1982년 폐쇄되기까지 부랑아 수용소로 사용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위한 부산시의 ‘피해 회복 지원’ 대책도 미비하다. 한 씨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센터로 찾아가야 하는 시스템이고 심리 상담 수준 정도에 그친다”며 “아직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직접 이들을 찾고 살피는 등 책임 있는 자세와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당사자’로 나설 수 있도록 이들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씨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이들이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며 “예산만 편성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운동의 공간을 마련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 또한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는 “진실화해위 결정문에 부산시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히 서술되어 있는 만큼 지자체의 ‘공식 사과’와 이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진상규명이 일단락된 만큼, 부산시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적인 의사결정 체계 시스템을 구축해, 피해자 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