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찾아 삼만리~ 찾기 앱까지 등장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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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단속 피하느라 밤에만 반짝 영업
배달 알바 전직·재료비 탓 가게 줄어
붕어빵 가게 찾는 앱·‘붕세권’ 신조어도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붕어빵. 요즘은 붕어빵 가게를 찾기 어려워졌다. 김현우 기자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붕어빵. 요즘은 붕어빵 가게를 찾기 어려워졌다. 김현우 기자

“00근처 붕어빵 파는 곳 있을까요?” “저희집은 붕세권입니다.”

겨울이면 한번쯤 찾게 되는 대표 간식인 붕어빵. 최근 들어 ‘붕어빵 아저씨’를 찾기 어려워졌다. 붕어빵은 ‘귀하신 몸’이 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붕어빵 원재료 납품 사업을 하고 있는 A 씨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 정도 떨어졌다. 5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A 씨는 “예전에는 겨울이 되기 전에 붕어빵 기계를 빌리기 위한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 대부분을 놀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비단 진주시만의 현상이 아니다. 부산이나 창원 등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아쉬운 마음이다. 이민수 씨는 “이맘 때쯤 되면 길가에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는데, 올해는 보이질 않는다. 예전엔 붕어빵과 호떡을 사서 집에 가져가서 먹었는데 그런 재미가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점포는 낮에는 장사를 하지 않거나 격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부 점포는 낮에는 장사를 하지 않거나 격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붕어빵 가게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민원이다. 붕어빵 노점상은 대부분 무허가 점포다. 간식 경쟁을 하는 편의점이나 베이커리 등에서 지자체에 민원을 넣다 보니 단속에 걸리기 일쑤다. 민원을 피하려면 주택 밀집지나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져 장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매출이 줄어든다. 단속을 피해 낮에는 장사를 하지 않고 아예 늦은 밤에만 운영하는 붕어빵 가게도 있다. 올해 붕어빵 장사를 접은 B 씨는 “장사를 할 때마다 단속이 뜬다. 세 번째까지 경고 조치를 받았는데 네 번째부터는 벌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버티기 힘들어 아예 장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붕어빵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노점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기피 직종이 됐고, 배달 음식이 대세를 이루면서 ‘배달 알바’로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C 씨는 “예전에는 붕어빵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살기가 더 어려운데도 문의 전화조차 없다”고 말했다.

원재료 값이 폭등한 점도 붕어빵 가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속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붉은 팥은 800g당 6000원으로 5년 전 3000원에 비해 두 배 올랐다. 여기에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LPG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그만큼 붕어빵 가격도 올랐지만, 폐기되는 재료와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붕어빵 가게 공유 글. 진주아지매 캡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붕어빵 가게 공유 글. 진주아지매 캡쳐

갈수록 붕어빵 가게를 찾기 힘들어지자 붕어빵 가게 위치를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연일 붕어빵 가게 위치를 묻거나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붕세권’(붕어빵 가게 인근 지역)이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익숙해졌고, ‘가슴속 3천원’과 ‘붕세권’ 등 붕어빵 장사를 찾는 앱까지 등장했다. ‘가슴속 3천원’은 가입자 주변에 있는 붕어빵, 호떡, 어묵, 계란빵 가게 등의 위치가 표시된다. 가게 형태는 물론 출몰 시기와 가격, 결제 방식 등의 상세한 정보가 등록돼있다. 뿐만 아니라 가게 사진, 리뷰까지 사용자가 갱신할 수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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