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주고, 때리고… 부산서 4세 딸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체포(종합)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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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폭행 흔적, 몸무게도 훨씬 덜 나가
제때 못 먹어 영양실조로 시력 크게 악화돼

폭력행사한 남편 떠나 경북서 부산으로 이주
전입신고 없고 어린이집도 안 보내 지자체 관리 안 돼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장기간 학대가 의심되는 4세 여아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자신의 딸을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20대 여성 A 씨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A 씨는 14일 오전 6시께 금정구 가정집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4세 딸의 얼굴과 몸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딸의 상태가 나빠지자 사건 당일 오후 7시 35분께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에 들어올 당시 아이의 몸에는 폭행 흔적이 있었고 몸이 매우 야윈 상태로 몸무게도 보통의 4세 아이보다 훨씬 적게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 씨가 최근 딸에게 제대로 식사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딸은 영양실조에 걸렸고 특히 시력이 크게 악화돼 시력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 당일 A 씨가 딸을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주저한 정황도 발견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폭행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했고 부검을 통해 아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A 씨와 같이 동거하는 지인을 대상으로도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해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A 씨와 주변인 등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경북에 거주하던 A 씨는 슬하에 자녀 2명을 뒀으나, 남편이 자신과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2년 전께 딸을 데리고 금정구 지인 집으로 거취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별도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에서는 A 씨 모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로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조사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이 모니터링이나 심리 치료 등 사례 관리를 진행한다. 하지만 사망한 딸은 어린이집 등을 다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전입신고도 이뤄지지 않아, 학대 관련 상담이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들 모녀와 관련된 학대 신고는 전혀 없어, 전형적인 아동학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사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주민등록 주소지인 경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A 씨와 그의 딸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으며, 금정구청 관계자도 “A 씨의 딸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례 관리 대상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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