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만취 역주행 참변 재발 막는다…어떻게?
대형 문형식 지주 등 설치
차선 정비·구간단속 도입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부모를 위해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게 일을 돕던 20대 외동딸이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과속 역주행 차량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경남 거제 양정터널 사고(부산일보 2021년 12월 27일 자 2면 보도 등)와 관련, 경찰이 재발을 막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사고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기형적 도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통안전시설물을 대폭 보강하고 구간단속도 시행한다.
거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5일 발생한 양정터널 역주행 사망사고 재발 방지 시설개선 사업을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양정터널을 역주행하던 K7이 마주 오던 엑센트, 제네시스를 잇달아 추돌해 20대 여성 운전자가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도로의 구조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실제 사고 시발점이 된 아주동 신협 삼거리는 운전자가 헷갈리기 쉬운 형태다.
특히 아주공설운동장에서 내려와 신협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진입할 때 운전자는 네 갈래의 편도 2차로와 마주하게 된다.
좌회전 차량을 기준으로 왼쪽 2개는 역주행, 오른쪽 2개는 정주행이 된다.
문제는 가운데 붙은 2개 차선이다. 왼쪽은 상문동에서 아주동으로 올 때 이용하는 하행선 출구, 오른쪽은 상문·고현동으로 가는 상행선 진입로다.
교차로인 탓에 중앙분리대가 없다 보니 상행선을 타려 좌회전하다 하행선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 상행선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붉은색 유도선을 칠해 놨지만, 해가 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
가해 차량도 이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과속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정·아주터널은 거제 도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조성된 국도대체우회도로(국대도)의 시·종점이다.
총연장 15.16km인 국대도는 국도14호선과 일운면~아주동~상문동~고현동~장평동을 최단 거리로 연결한다.
전체 노선이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커브에 얕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단속 장비도 상문동 진·출입 전 설치된 이동식 카메라 하나뿐이라 상당수 차량이 규정 속도를 넘겨 주행한다.
가해 차량 역시, 시속 70km 이하로 주행해야 할 터널에서 시속 166km로 질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제시, 경남경찰청, 진주국토관리사무소, 도로교통공단 등 관계 기관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관 합동점검과 주민설명회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총 20억 8000만 원을 투입해 올해 6월부터 6개월에 걸쳐 개선 공사를 진행했다.
우선 교차로에 역주행을 막을 대형 문형식 지주와 운전자 주의를 환기할 LED 진입금지표지, 진행차로 표시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긴급 대피장소도 마련했다.
여기에 터널 내 정체와 급차선 변경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차선을 정비하고 구간단속도 도입했다.
구간단속은 카메라 앞에서만 감속하면 되는 일반 무인단속과 달리, 시점과 종점은 물론 구간 내 평균 속도까지 계산해 규정 속도위반 차량을 가려낸다.
양정~아주터널 단속 구간은 상행선 3.9km, 하행선 4.4km, 제한 속도는 시속 70km다.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4건, 2021년 34건, 올해 3월까지 16건이던 터널 내 사고는 4월 개선공사 이후부터 현재까지 단 4건에 그쳤다.
거제경찰서 장원호 경비교통과장은 “운전자 안전 의식이 높아지면서 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면서 지속적인 안전 운전을 당부했다.
한편, 사고 당시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던 가해 차량 운전자는 현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