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건강 불평등
김동주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해요” “아픈 데는 없으신가요” 등등 안부를 묻는 이런 말들 뒤에는 항상 “건강 챙기세요”라는 말이 붙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연말연시에는 서로의 새해 건강을 빌어 준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 건강 관리는 더욱 큰 관심거리가 됐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발간한 〈2021 지역건강통계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코로나 전과 후의 건강지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평생 100개비 이상 흡연한 사람으로서 현재 흡연하는 사람의 분율인 ‘현재흡연율’을 보면 2021년 전국 시·군·구의 중앙값은 19.1%였다. 전년도인 2020년보다 0.7%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부산의 현재흡연율은 17.8%로 중앙값보다는 낮았다. 특히 부산의 남자흡연율은 32.9%(중앙값 35.6%)로 9년 전보다 13.8%P가 줄어 감소 폭 상위 2위에 올랐다.
부산의 월간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54.3%(중앙값 53.7%)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부산의 월간음주율은 2012년 이후 쭉 60% 이상을 보였지만, 코로나 사태 첫해였던 2020년부터 수치가 뚝 떨어졌다.
코로나 이후 흡연율과 음주율이 줄었지만,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 역시 줄었다.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최근 1주일 동안 격렬한 신체활동을 1일 20분 이상 주 3일 이상 또는 1일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분율을 말한다. 지난해 부산의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18.1%였다. 2019년에는 24.4%, 2020년에는 19.1%였다.
지역건강통계 지표에서 차이가 드러난 것은 코로나 전후뿐만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역 간 격차이다. 현재흡연율의 시·도 간 격차는 5.9%P, 시·군·구 간 격차는 17.2%P였다. 현재흡연율은 특별시의 구에서 가장 낮았고 보건의료원이 설치된 군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자 현재흡연율과 월간음주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세종 등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은 현재흡연율과 월간음주율 모두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의료서비스의 지역 불균형도 심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국 병의원 및 약국 현황(2022년 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상급종합병원은 총 45곳이다. 그중 절반가량인 22곳이 서울·인천·경기에 몰려 있다. 부산과 경남에는 3곳, 울산에는 1곳뿐이다. 경북·제주·세종에는 아예 한 곳도 없다. 대학병원의 분원도 수도권에 쏠리고 있다는 뉴스도 최근 나왔다. 서울대병원 분원은 경기도 시흥, 세브란스는 송도, 아산병원은 청라, 한양대는 안산 등 10곳의 대학병원 분원이 경기도와 인천에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6년 안에 7000개가 넘는 병상이 수도권에 ‘더’ 생긴다.
‘건강 불평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 소득 수준, 직업 계층, 재산,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상의 차이를 말했지만, 거주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도 불평등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고 어느 지역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건강 수준’과 ‘치료받을 권리’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역에 사는 국민도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