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토부 마피아, 부울경서 더는 말 안 나오게 하라
지역발전 협력회의 첫 단추 잘 꿰어
균형발전 제대로 추진해 성과 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산을 찾아 부울경에 줄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19일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 국토부-부울경 지역발전 협력회의 자리에서였다. 원 장관은 부울경 동반성장 지원 3대 추진전략과 16개 과제를 제시하고 부울경과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16개 과제 중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이 직접 이들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데서 느껴지는 진정성은 평가해 줄 만했다.
사실 이날 원 장관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련 실국장들이 참석해 있는데 부울경 단체장님 말씀을 잘 듣고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 국토부 실국장들을 지자체 실국장들처럼 생각하고 믿고 논의하셔도 좋다”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국토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진 부처지만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은 등한시했다. 오죽하면 지역에서 국토부는 수도권 부서로 생각하면서 ‘국토부 마피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힘센 실세 장관이 솔선수범하면 공무원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이날 협력회의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지만, 국토부와의 거리를 좁히는 첫 단추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을 위해 다양한 설계와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부산시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센텀2지구 도심융합특구는 속도감 있게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지원 의사를 밝혀 그린벨트 해제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대표 모델로 육성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남아 있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동남권순환 광역철도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미 나온 내용에 원 장관이 숟가락을 얹었다고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국토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사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국토부가 이처럼 부울경 단체장들과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정치인 원희룡 장관의 의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치의 역할이 이처럼 중요하다. 마침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1%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40%선을 넘는 결과가 나왔는데, 특히 PK에서는 윤 대통령이 ‘잘한다’는 평가가 50.3%로 잘못한다는 평가를 넘어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나 산업은행 이전 문제를 대하는 현 정부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 장관도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지역균형발전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 국토부를 변화시키고 정치인으로도 더 성장하길 바란다.